한국은행 등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중앙은행들이 1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국 중국 등 아시아 8개국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국공채에 투자한다. 각국의 넘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아시아지역 채권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다. 한은은 2일 동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국 중앙은행 모임인 '동아시아·대양주 중앙은행 임원회의(EMEAP)'가 '아시아채권기금(ABF·Asian Bond Fund)'을 이달 중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박승 한은 총재는 오는 5일 태국에서 열리는 EMEAP 총재회의에 참석해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EMEAP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호주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11개국이다. ◆펀드 왜 만드나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중앙은행들이 ABF를 조성해 아시아국가의 채권을 사들이기로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급격히 불어난 각국 외환보유액의 투자처를 다변화하자는 것.지난 4월 말 현재 세계 외환보유액 2조6천1백억달러 가운데 EMEAP 11개 회원국이 49.1%인 1조2천8백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시아 채권시장을 활성화해 역내 국가들의 경제·금융 안정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펀드조성의 주요 배경이다. ◆어떻게 투자하나 10억달러 규모로 출범하는 ABF는 우선 한국을 비롯 중국 홍콩 등 동아시아 8개국이 발행한 미 달러화 표시 국채와 공채에만 투자할 방침이다. EMEAP 회원국 중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3개국 채권은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돼 ABF 투자대상에서 제외됐다. 11개 회원국의 최소 투자금액은 국가별로 2천5백만달러 이상이다. 한은은 일본 등 6개국과 함께 1억달러 이상을 펀드에 투자할 방침이다. ◆국내 채권에도 투자 검토 각국의 중앙은행은 앞으로 이 펀드의 투자가 순조로울 경우 펀드규모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또 달러화 표시 채권으로 한정된 투자대상을 각국 통화 표시 채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을 예로 들면 현재는 달러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정도만 투자대상이지만 앞으로 국고채나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