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룸살롱 접대, 휴가비, 출장비, 대형 텔레비전, 신발장, 자명종 시계, 우족 세트, 세차, 득남 축하비, 선물용 포도 등 23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적발된 전북 익산시청 공무원과 S공사 감리단 직원, 건설업체 대표 등 모두 11명이 연루된 뇌물수수 사건은 아직도 관리감독관청 등과 건설업계간 사라지지 않은 검은 고리의 뇌물 관행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이번 뇌물사건에서는 현금은 기본이고 향응을 비롯, 건설업체가 공사감독 공무원과 감리단에 상납한 뇌물의 형태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같은 뇌물수수 추태는 뇌물을 건넨 건설업체 대표 기모(44)씨측이 지난 2001년 10월 부터 익산시가 발주한 하수종말처리장 공사를 따낸 뒤 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감리단 투입 `뇌물 리스트'에 고스란히 기록돼있다. 경찰에 붙잡힌 공무원과 감리단 직원 9명이 이처럼 1년여 공사기간중 설계변경 등 각종 편의제공 등의 명목으로 기씨로부터 받은 금품은 70여차례에 걸쳐 모두 1억2천만원에 달했다. 거의 매달 금품수수가 이뤄졌고 안전을 위해 돈은 수표 대신 모두 현금으로 전달됐다. 기씨는 오랜기간 공무원들과 감리단 직원들의 뇌물요구와 상납에 지칠대로 지친데다 자신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때문인 지 "회사가 어떻게 망하는 지 보여주겠다"는 등 감리단측의 계속되는 협박과 모욕에 견디다못해 결국 공사를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기씨는 되레 공무원들과 감리단 직원들에게 "검경에 고발하겠다. 건넨 뇌물을 모두 내놓으라"면서 공사중단에 따른 피해액 등을 합쳐 뇌물금액의 3 배에 이르는 3억5천만원이나 요구, 협박하면서 말썽이 일고 소문이 나 결국 모두 쇠 고랑을 차는 신세로 전락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