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가진 재외공관장들과의 만찬에서 최근 집단행동 대응과정에서 지적된 자신의 탈권위 리더십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시스템 민주주의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 맺음말에서 "요즘 문화의 충돌을 많이 느낀다"고 자신의 탈권위 행보에 대한 주변 시각과의 갈등을 화두로 꺼내고는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어제 주파수가 안맞아 다투고 논쟁했다"고 조크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광주를 가는데 피켓시위를 한다고 해 내버려 두라고 했고 혹시 막을 줄 모른다고 해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면서 "뒷문으로 들어갔지만 정치한다는 것 자체가 죄인이라고...괜찮은 것 아니냐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문 실장은) 대통령 권위가 손상돼 경찰을 엄중문책해야 한다고 하더라.나는 시위도중 막히면 돌아가기도 하고 위법은 처벌하고 미리 막지못한 사람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게 있었다면 엄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세상이) 대통령 권위에 대한 집착이 있어 그런 일을 용납해선 안된다고 하더라. 가장 민주적이고 시민적인 신문도 `경호가 뚫렸다. 대통령이 500m를 걸어갔다'고 보도했다"며 "`아 이게 문화충돌이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로프 팔메 스웨덴 총리는 경호없이 영화관을 갔다가 정신이상자에게 저격당했는데 계엄령도 없이 평온하게 장례를 치렀다. 그런 민주주의 한번 해보고 싶다"며 "경호가 삼엄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경호를 통해 국민과 지도자가 멀어지지 않는 사회,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도자의 사고에도 불구, 시스템과 매뉴얼만 있으면 돌아가는 사회를 소망한다"고 밝힌 뒤 "이게 잘 안된다"고 토로하며 "국외에서 볼때 `한국이 X판이구나' 생각들어도 이런 민주주의 한번 하자는게 내 소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문 실장과 입씨름 할 일이 많아도 결국 내가 이기려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하고 "오늘 자유롭게 담소하는 것을 보니 제가 만만하게 보였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고 탈권위 리더십을 다시 부각시켰다. 또 "방미때 (미측이) 한국 국력에 대한 기대없인 호의를 표시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호의를 표시했다"고 말하고 "그전에 내가 헐뜯고 비난했던 (국내) 지도자들에게까지도 고마움을 느꼈다. 그분들과 국민 덕분에 미국와서 이런 대접받는구나 생각했다"며 "그늘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구나. 양면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다변(多辯)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나는 김대중(金大中) 전대통령이 말을 길게 하니 맛있게 먹은 밥도 소화가 안되더라. 그래서 나는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대통령되고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엔 대통령 내외와 재외공관장 부부 260명이 참석했고, 만찬은 6시30분부터 9시께까지 당초 예정시간보다 30분 길게 진행됐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