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8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6월물은 지난주말 대비 배럴당 77센트(2.9%) 하락한 25.49달러로 마감됐다. WTI가격이 25달러대로 내려가기는 5개월반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가 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64센트(2.7%) 떨어진 22.88달러로 거래를 마쳐,조만간 10달러대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유가하락,세계경제 회복 청신호=WTI가격은 최근 5일 연속 하락했다. 이라크전쟁 중이었던 지난 3월 중순 이후 33% 떨어졌다. 그동안 시장에 깔려있던 공급부족 우려가 이라크전쟁 이후 과잉공급쪽으로 분위기가 급속히 바뀌면서 유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유가하락은 세계경제 회복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유가하락은 기업의 비용감소→생산확대→물가하락→소비촉진 등으로 이어져 경제회복에 선순환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개인소비의 경우 유가가 1달러 내리면 연간 지출액이 70억달러 정도 늘어난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특히 미국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유가하락까지 가세할 경우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수도 있다. ◆이라크 OPEC 탈퇴 가능성 대두=최근의 유가하락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시장에서 'OPEC의 가격 장악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하루 2백만배럴'이라는 대규모 감산을 결의했으나 유가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입증한다. CNN머니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OPEC의 감산선언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all smoke and mirrors)'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가 OPEC을 탈퇴할 것이란 관측도 유가하락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원유수출로 복구재원을 충당하려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이라크에 OPEC 탈퇴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펜서 에이브러햄 미에너지부장관이 이날 "OPEC 탈퇴 여부는 이라크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것도 OPEC 탈퇴가능성을 간접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OPEC회원국인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포스트지는 이날 "OPEC회원국들이 이라크의 탈퇴에 대비,러시아를 신규 회원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라크가 독자노선을 걸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6달러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