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중 3자회담을 통해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일단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북한측 제안이 있었음은 확인하면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국은 일단 각국이 내부 검토작업을 벌인 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인 내달 초 3국간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열어 공동 대응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북 외무성 발표 = 북한은 지난 25일 외무성 대변인 언급을 통해 "우리는 조선반도 핵문제의 당사자들인 조미 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이번 회담에서 내놓았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공고한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려는 입장으로부터 출발하여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도를 제시했으므로 그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언급은 북-미-중 3자회담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만큼 이에 대한 미국측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요약될 수 있다. ◇북 제안 내용 =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조미 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언급은 북한측 제안이 일단 북미간 `일괄타결안'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들이 받아야 할 것과 줄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주권과 생존권을 담보받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 자주권 인정, 불가침 확약, 경제발전 장애 폐기 등을 조건으로 북미간 별도 협상을 통한 핵 계획의 검증가능한 폐기를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핵계획 폐기와 불가침조약 체결 및 경제.에너지 지원 등의 현안이 망라된 조건부 동시 `패키지 딜'을 제안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북 제안 평가 = 북한 제안의 구체적 내용을 미국측으로부터 전해들은 정부 관계자 대부분은 "새롭거나 대담한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27일 "북한측 주장은 예전과 거의 똑같은 것"이라면서 "기존 입장 정도에 불과하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원래 북쪽은 레토릭(수사)에 강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억지로 새로운 것이라고 해석하면 새로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의미를 둘 만큼 기존 입장과 차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우리는 북한이 불가침조약 체결 입장을 완화할 줄 기대했지만 변화가 없었다"고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불가침조약 체결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 제안 가운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일 대응과 전망 = 우리 정부는 당분간 북측의 의도와 태도변화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북한측 제안이 새롭다거나, 혹은 대담한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그것을 새롭다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북한이 제시한 안에 대해 한.미.일 3국이 면밀히 분석, 한미, 한.미.일 3국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응해 갈 것"이라면서 "현단계에서 북한측 제안에 대한 성격 규정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것이 대담한 제안이든 아니면 새로운 제안이든 우리 대표단이 귀국하면 면밀한 추가 분석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일단 검토에는 착수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북측 제안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에 불가할 경우 어떤 포장을 하더라도 `선(先) 핵폐기'를 주장하는 미국측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여 사태해결의 돌파구 마련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