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분양될 아파트가 예상치를 밑도는 등 주택수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것은 한마디로 '택지난'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재(三災)가 들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공택지의 경우 환경단체 및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지구지정->계획수립->택지개발->용지공급->아파트 분양 등 일련의 주택공급 과정이 '도미노' 식으로 지연되고 있다. 민간택지도 준농림지가 올해부터 관리구역으로 바뀌면서 주택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재개발.재건축도 규제가 크게 강화돼 공급이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 공공택지 어디가 늦어지나 수도권 신규 택지지구 대부분의 개발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15일 실시계획승인을 받은 파주 교하지구다. 지난 97년 7월 지구지정 후 2001년 주택용지를 건설회사들에 분양했지만 경기도가 교통개선대책을 요구하는 바람에 아직 택지조성 공사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초에나 아파트가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에 입주를 하더라도 지구지정부터 아파트 입주까지 9년이 걸리는 셈이다. 과거 택지지구 지정에서 아파트 입주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5년 4개월(주공 내부자료)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 택지공급 예비물량으로 내놓은 파주 운정지구도 사정은 같다. 상반기에 개발계획이 승인되더라도 택지공급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실시계획을 연내에 수립하는 것은 무리라는게 실무자들의 반응이다. 지난해 또는 올해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던 김포 장기.신곡지구, 인천 논현2지구,평택 청북지구 등도 인.허가 지연으로 올해 안 아파트 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민간택지도 위축 올해부터 준농림지 내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주택업체들이 45만평의 준농림지(올해부터는 관리지역)를 확보해 놓고 있지만 관리구역 세분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2005년까지는 아파트를 분양할 수 없다. 45만평은 30평짜리 아파트 3만가구를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파트를 지으려면 택지가 계획관리구역이면서 30만㎡를 넘어야 하고 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하다 보니 사업기간이 종전보다 1∼2년이상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의무화, 일반주거지역 종별 세분화와 함께 하반기 시행을 앞둔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으로 주택 공급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이러다 보니 재개발.재건축이 유일한 택지확보 수단인 서울의 경우 올해 동시분양을 통해 일반분양되는 아파트는 7천4백여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보다 절반이나 줄어든 공급물량이다. 올 1.4분기만 해도 매년 3천가구 안팎에 달하던 일반분양 물량이 5년만에 최저치인 1천7백여가구에 그쳤다. ◆ 대책은 없나 올해부터 공공택지가 수도권 주택 수급문제를 풀어낼 '유일한 열쇠'로 등장했다. 전체 택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0년대말의 50%선에서 올해부터는 70%를 웃돌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구지정부터 택지공급까지 개발기간을 최대한 줄여 주택업체들이 공공택지를 조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건교부와 환경부가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 온 환경영향평가 시점(현행 개발계획수립 전)을 실시계획수립 전으로 늦추기로 합의한 만큼 상반기중 조기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관리구역 세분화 마무리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집 지을 땅(계획관리구역)과 보전할 땅(생산 및 보전관리구역)을 조기에 구분함으로써 주택사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택지를 적기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국토연구원 김근용 연구위원은 "개발.실시계획 수립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환경과 주택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며 "그린벨트 내 조정가능지 선정에 활용했던 환경평가등급 제도나 토지적성평가 방식을 택지지구에도 적용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