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어깨가 넓어진다. 얼마전만 해도 "비틀즈 패션"이 유행하면서 몸에 약간 작은 듯 조붓한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 라인이 남성복 디자인의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어깨선이 서서히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올 봄 "넉넉한 남자의 어깨"를 완전히 되찾았다. 캐주얼웨어 데얼즈(there's)의 권오향 이사(디자인실)는 "이번 봄.여름 남성 패션은 전체적으로 여유 있고 한가로운 리조트웨어 이미지를 풍긴다"고 말했다. 어깨선 뿐만 아니라 바지도 헐렁한 와이드 팬츠가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옷감은 천연소재 또는 자연 그대로의 촉감을 살린 소재가 인기.컬러는 흰색을 기본으로 한 밝고 자연스러운 색상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색상은 화이트다. 불순물 하나 섞이지 않은 것 같은 순백색부터 브라운 레드 옐로가 아주 조금 섞인 컬러 등 다양한 흰색 톤이 등장했다. 특히 흰색 바지가 올 여름 히트 아이템으로 예상되고 있을 정도로 화이트 바람이 거세다. 흰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는 베이지 브라운 모래색 등 내추럴 컬러.해변을 연상시키는 컬러의 조화가 리조트웨어 이미지를 잘 살려준다. 전통적인 남성복 컬러인 블루와 회색은 이번 시즌 발색이 도드라지기보다는 연갈색 유리를 통과한 듯 은은한 빛으로 표현됐다. 액센트 컬러는 옐로 오렌지 핑크 에메랄드 등.채도가 높은 색상들이 옷차림에 활기를 주는 역할을 맡았다. 거칠고 투박한 질감의 면과 마,표면이 매끄러운 실크 등 대조적인 느낌 두 가지 모두가 각광받고 있다. 윤기 나는 코팅을 입힌 데님과 여름을 겨냥해 두께를 줄인 가죽도 인기 소재 중 하나다. 패턴은 스트라이프와 꽃무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꽃무늬는 여성복보다는 표현 수위를 낮춰 단순하게 묘사됐다. 반면 스트라이프는 색상 굵기 등을 다채롭게 변형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밖에 매화 용 등 동양적인 패턴들과 추상적인 프린트들이 옷감 위를 수놓고 있다. 질 샌더,돌체 에 가바나,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유명 남성복 스타일의 공통점은 "스포티즘"이다. 질 샌더의 최희승 이사(홍보팀)는 "파리나 밀라노에서 열린 남성복 컬렉션을 살펴보면 대부분 스포티 쉬크 캐주얼(sporty chic casual)을 지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질 샌더만 해도 이번 패션쇼의 절반 이상을 스포티 캐주얼웨어로 채웠지요. 매장에서도 캐주얼이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특히 올 봄에는 스포츠웨어 이미지에 '쉬크'라는 멋쟁이 어른의 감성을 집어넣었죠." 질샌더는 육상선수 엔지니어 우체부 등의 운동복이나 작업복에서 힌트를 얻은 역동적인 의상을 선보였다. 루이비통도 트렉킹 수트에 등반용 바지를 매치하는 등 많은 아이템을 스포츠웨어에서 차용했다. 반면 입생 로랑 리브 고쉬,크리스찬 디올,구치 등은 전통적인 수트를 매장에 내놓았다. 넉넉한 라인의 더블 브레스트 수트나 턱시도에 티셔츠와 가죽조끼를 함께 해 우아한 남성정장 코디법을 제안했다. 설현정 객원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