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개전과 동시에 분양에 나서 1만여명의 청약인파를 끌어모아 화제를 모았던 포스코건설의 주상복합 'the#잠실'의 초기계약률이 60% 안팎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 삼성 트라팰리스,석촌동 신동아 로잔뷰,서초동 태영 데시앙루브,가락동 성원상떼빌 등 올 들어 공급된 주상복합 아파트는 예외없이 '높은 청약률과 저조한 계약률'이라는 청약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계약률 연전연패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상복합 계약률 어느 정도인가=27일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지난 24일부터 the#잠실 1백89가구에 대한 계약을 실시한 결과 1백10여 가구가 계약돼 60%에 가까운 계약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 들어 공급된 다른 주상복합 아파트들의 계약률이 50%대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나름대로 선전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이 아파트의 계약률이 포스코건설의 주장보다 더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대행 전문업체인 A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우리 직원을 계약현장에 내보내 일일이 체크해본 결과 계약 첫날인 24일에는 15가구,이튿날에는 30가구가 계약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아무리 계약률을 높게 잡아도 계약이 절반이 채 안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the#잠실뿐만 아니라 서초동 삼성 트라팰리스(청약경쟁률 87 대 1),석촌동 신동아 로잔뷰(39 대 1),서초동 태영 데시앙루브(21 대 1),가락동 성원상떼빌(35 대 1) 등 올 들어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주상복합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초기 계약률은 50%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상복합은 왜 청약률과 계약률이 따로 노나=부동산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요즘 시장이 청약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분양업체들이 '무리수'를 두다보니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고 일침을 놓았다. 실제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에 참여했던 분양대행사 L사 관계자는 "이라크전쟁과 경기부진 등으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업체들이 '분양성적'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청약경쟁률 조작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단타 투자자들이 가세해 허수 성격이 강한 청약경쟁률을 수십 대 1로 끌어 올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최근 주상복합아파트 시장 분위기는 실수요자들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기 위한 주택업체와 떴다방(이동중개업자)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S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청약자들이 '당첨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웃돈을 노리고 청약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며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전망이 좋은 일부 층을 제외하곤 대거 미달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복권에 당첨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심정으로 청약행렬에 가담하는 가수요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업체들은 대외적으로는 분양호조를 적극 홍보하면서 속으로는 분양책 마련에 속을 끓이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거품에 불과한 청약 경쟁률보다는 실제 계약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마케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따끔한 충고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송종현·김진수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