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이후 처음으로 바그다드에 대한 대낮 공습이 감행됐던 24일(이하 현지시간) 시내 일원은 온통 폭음과 진동, 연무 등으로 하루종일 혼란의 연속이었다. 현지인 가이드 및 사진기자와 함께 바그다드에 체류중인 미국 MSNBC방송의 네이트 타이어 기자는 요르단을 거쳐 육로를 통해 바그다드에 도착한 이래 연합군이 대낮에 크루즈 미사일과 각종 폭탄을 하루종일 퍼붓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일행의 `생존기'와 폭격직후 격앙된 시민들의 표정을 상세히 전했다. 『바그다드에 도착한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오늘처럼 대낮에 폭격을 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군은 미사일뿐 아니라 폭격기를 동원, 쉴 새 없이 폭탄을 떨어트렸다. 그러나 우리 일행이 정작으로 놀란 것은 숙소인 팔레스타인호텔 인근에까지 폭격기들이 떨어트린 폭탄때문이 아니라 공습이후 달라진 바그다드 시민들의 격앙된 표정과 항전결의때문이었다. 대낮폭격이 이뤄지는 동안 일행이 현장취재차 거리로 나서려는 순간 이라크 정부측 안내인은 근엄한 표정으로 내게 두 가지 제안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인간방패가 되든지 아니면 이라크를 떠나라"는 것으로, 그만큼 밖의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라크에 장기체류하기 위해서는 에이즈검사가 의무적이었기 때문에 1회용 주사기로 혈액을 채취한 사진기자와 나는 현장취재겸 혈액샘플을 전달하기 위해 이라크보건당국의 에이즈방역센터를 찾았다. 방역센터로 가는 동안 900마일 밖에서 발사된 크루즈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폭탄이 시내 여기저기서 터져 일행의 몸은 식은 땀과 긴장으로 완전히 굳어있었다. 같은날 오후 4시 미공군 전투기 1대가 저공비행으로 바그다드의 한 공공건물에 폭탄을 투하한 뒤 바그다드 상공을 빠져나가다 대공포를 맞고 티그리스강에 추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호텔에서 기사송고 준비를 하던 일행은 재빨리 추락지점으로 추정되는 티그리스 강둑으로 달려갔으나 그 곳은 이미 추락잔해와 조종사를 찾으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바그다드시 남북을 잇는 4개의 교량이 설치된 티그리스강에는 중무장 보트와 군인들이 이미 수색작업에 나섰고, 강둑에 있던 일부 군인과 민간인들은 강물에 떠있는 물체에 대해 AK-47 소총으로 산발적인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들의 얼굴에서는 적의와 분노를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수색과정에서 미군 조종사 1명이 붙잡히고 나머지 1명은 오리무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일행의 행동이 의심스러운 듯 이들중 무장한 한 명이 내게 다가와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으면서 위기가 들이닥쳤다. 순간 정부측 안내인은 내 옆구리를 툭 밀어제치며 `독일'이라고 대신 답변한 뒤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독일은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나라였기 때문에 둘러댄 것이다. 안내인은 종종걸음으로 자동차쪽으로 향하면서 "절대로 당신이 미국인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이곳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겁을 주었다. 폭격의 와중에서도 코란의 독경소리가 들리는 회교사원을 거쳐 바그다드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대통령궁 앞을 지나 일행은 호텔로 돌아왔다. 바그다드에는 수백개의 아파트건물이 있으나 대부분의 아파트엔 주민들이 폭격을 피해 대피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고 있다. 의료 관계자들은 연합군의 대낮 폭격으로 바그다드에서만 300여명의 시민이 다쳤으나 사망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했다. 오후 늦게 호텔로 돌아와 기사송고를 위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안 공습이 또 재개됐다. 책상이 폭음과 진동에 흔들리면서 노트북마저 덜그럭거릴 정도였다.카메라와 컴퓨터, 사진전송장비 등은 통신교란 및 전자장비 마비를 목적으로 미군이투하하는 전자폭탄때문에 망가질 것에 대비, 전자파가 차단되는 알루미늄으로 둘둘말아놓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호텔 주변의 공화국수비대 진지에서 바그다드 상공으로 쏘아 올려지는 대공포도 폭음에 가담하면서 밤늦게까지 일행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호텔을 중심으로 반경 500미터 이내의 거의 모든 공공건물이 미군의 `정교한' 집중폭격으로 쑥대밭이 됐다는 사실이다.』 (서울=연합뉴스) bigpen@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