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서 대기중이던 미국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진격했다. 다음은 미 육군 제3보병사단과 동행한 미 워싱턴포스트의 윌리엄 브래니진 기자가 20일 보낸 르포 기사다. 『쿠웨이트 국경에 있는 4개의 이라크군 관측초소에 대한 짧고 강도높은 포격에이어 미 육군 제3보병사단의 병력과 탱크, 장갑차들이 20일 밤 방어용으로 설치했던장애물과 전기철조망 등을 부수며 쏟아져 나가면서 미 지상군의 대규모 공격이 시작됐다. 국경돌파에는 거의 저항이 없었으며 미군 사상자 발생 보고도 없었다. 이라크군관측초소는 공격 이전에 이미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제15연대 제3대대 예하부대들은 한 초소에서 이라크군 1명, 다른 한 초소에서는 5명의 이라크군이 살해됐다고 보고했으며 어떻게 살해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또 고정위치에 자리잡고 있던이라크군 탱크 1대도 미군 포격에 파괴됐다. 화학무기 방호복을 착용한 병사들은 M1 에이브럼스 탱크, M2 브래들리 전투차량, 기타 여러 종류의 장갑차들과 함께 긴 행군 대오를 지으며 국경을 넘었다. 험비들과 연료트럭 등 지원차량의 긴 행렬을 중장비와 거대한 수리 및 구난 차량이 뒤따랐다. 침공은 여명이 밝은 지 2시간만에 지휘관들이 갑자기 일정을 24시간 앞당긴다고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설명은 없었다. 지난 19일 밤부터 이라크국경에 가까운 쿠웨이트 사막에 캠프를 치고 있던 제3보병사단의 제2여단 병사들은 전장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하기 마지막 따뜻한 식사를 했다. 뿌연 하늘 사이로 달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가운데 공병대가 설치한 녹색과 적색등으로 표시된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이의 6마일(9.6㎞) 넓이 비무장지대를 뚫고 거대한 행군대오는 국경을 넘었다. 포격으로 파괴된 이라크군 관측초소를 지나자 155㎜ 팔라딘 자주포 사격을 받아 완전히 파괴된 건물들이 나타났으나 시체들은 보이지않았다. 행군대오가 진군으로 일어난 먼지구름을 뚫고 이라크로 들어서자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격퇴시킨 미군이 파괴한 이라크 장갑차 및 기타차량들의 잔해더미가 나타났으나 이 가운데는 전날밤 포격으로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는 새로운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미군 병사들이 "폐차장"이란 별명을 붙인 차량잔해 더미를 지나자 침공군의 한대오는 공병대가 안전한 통로를 확보해 표시등을 설치해놓은 지뢰지대를 가로질러나갔다. 쿠웨이트 현지시간으로 오후 8시가 지나 하사관 1명이 "표적 4개 모두 순찰 완료"라고 지휘관들에게 보고하자 탱크 74대와 브래들리 장갑차 58대를 포함한 차량 2천대와 제2여단 병력 4천명은 국경을 넘어 쏟아져 들어갔다. 야간투시경을 쓴 병사들이 브래들리 장갑차에서 내려 첫번째 이라크군 관측초소를 지나가자 브래들리 장갑차 지휘관은 "목표물 처리완료. 적군 없음"이라는 무전보고를 했다. 유일하게 겁나는 순간은 척후병들이 3대의 미확인 차량이 이라크군 관측초소중1개를 향해 이동중이라고 보고했을 때. 한 중대장은 무전으로 "적차량들 북서쪽에서 접근중"이라고 전하고 탱크 1대와브래들리 장갑차 몇대에 대응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적차량으로 의심되던 차량들은식별판을 잃은 다른 행군대오 소속의 브래들리 장갑차들로 판명됐다. 진격 초기단계에서 미군은 통신장애와 탱크와 장갑차 고장, 숨막힐 듯한 먼지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1개 여단 탱크 가운데 적어도 9대가 전장으로 가는길에 고장이 났다. 공격은 불도저 1대와 낙타들과의 조우로 시작됐다. 제3보병사단 소속 브래들리 전투차량 몇대가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쿠웨이트민간용역계약자의 중장비가 쿠웨이트쪽에 있는 도랑을 메웠고 육군 공병 부대가 전기철조망 사이에 놓인 장애물을 뚫고 통로를 냈다. 이어 불도저가 이라크가 탱크를막기위해 만들어놓은 2.4m 깊이의 도랑을 메웠다. 이 작업을 지켜보던 탱크소대장 스티브 기포드 소위는 "우리가 이쪽으로 가는것이 이라크군이 넘어오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보름달 빛이 비치는 가운데 15연대 3대대 B중대 소속의 브래들리 1개 소대는 여명이 밝기전 전장으로 향했으며 장애물을 제거하고 통로가 확보되자 B중대는 2개의관측초소를 설치하고 브래들리 차량과 함께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작전은 별다른 일 없이 진행됐으나 유일하게 보고된 조우는 병사들이 이라크사막을 야시경으로 관측하는 도중 낙타떼 한 무리가 시야에 들어온 것 뿐이었다. "이것이 이번 전쟁에서 우리의 첫번째 조우다"고 브래들리 차량의 한 승무원이무전으로 보고했다. 댈러스 출신인 B중대 중대장 로니 존슨 대위(37)는 "우리는 이라크군 1명도 만나지 못했으며 100여마리 정도의 낙타 무리만을 만났다"고 말했다. "열추적 투시장비가 행군중인 병사들 같이 보이는 물체들을 탐지했으나 사막을 가로지르는 낙타들로 확인됐다"고 그는 말했다. 병사들은 낙타들과의 조우후 존슨 중대장과 무전으로 농담을 했다: "낙타들은사라졌나, 아니면 아직도 공격대상인가", "낙타들은 폭탄을 휴대할 수 있지 않은가","낙타들은 너를 매우 세게 응시할 수 있다", "낙타들은 너에게 침을 뱉는다. 그건사실이야." 임무완수를 보고하면서 소대장은 무전으로 "작전 100% 완료, 조우 없음"이라고말했다. 존슨은 부하들에게 투항하기 위해 쿠웨이트로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이라크군병사들을 되돌려 보내라고 지시했다며 쿠웨이트 정부가 전쟁포로 수용시설을 운용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2여단장 데이비드 퍼킨스 대령(44)은 미군이 투항하는 병사들을 처리하기 위해 이라크 영토내에 포로수용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지상전이 시작되자 수천명이 항복했으며 이번에도 미군지휘관들은 비슷한 이라크 정규군 병사들의 투항을 예상하고 있다. 퍼킨스 대령은 미군 비행기들이 영어와 아랍어로 된 "항복조건" 전단을 살포중이며 이 전단은 이라크군 병사들이 미군의 공격을 피하고 투항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건은 투항하는 병력은 작전을 중단하고 군복을 입고 있어야 하며 백기를흔들도록 하고 있다. 또 총구를 뒤쪽으로 돌리고 레이더 작동을 중단해야 하며 장비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든 인원과 보급품 현황 목록과 지뢰 위치도를 작성, 제시해야 한다. 이같은 조건을 위반할 경우 공격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단은 경고하고 있다. 퍼킨스 대령은 "미군에 투항하는 병사들은 최근 수개월간 받은 대우 중 최상의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