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 경제 현안의 논의과정을 공개하거나 정책추진 일정을 쉽게 변경하는 등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이라크전쟁 위기와 북한 핵문제, SK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대내외 경제여건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와 금융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 12일 재벌그룹에 대한 일제 부당내부거래조사를 경제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대기업정책의 주무기관이자 독립기구인 공정위와 사전논의 없이 총리실의 일방적 결정이 당일 통보된뒤 이뤄졌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일제조사방침을 밝혔고 10일 취임한 강철규 위원장도 이를 확인, 불과 이틀만에 정부 방침이 번복됐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계부채 해소대책이 부족하다며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을 질타했다. 또 이달초에는 김 부총리가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는 발표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경제정책에 관한한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새 정부 경제팀의 수장인 경제부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경제현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국내외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경제는 정치와 달리 항상 대외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며 "정부 내부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듯한 인상을 외국투자자들에게 심어주면 대외신인도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토론식 국정운영과 관련, 경제정책의 조율과정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계부채 해소대책이 미진하다는 지적은 정부 내부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이 내용이 가감없이 국민에 전달되는 것은 경제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감을 증폭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신용불량자가 270만명인데 구제대상은 수백명으로 극히 적다는 지적은 경제논리상 맞지 않는데도 이에 대한 추가대책을 언급하는 것은 자칫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또다른 관계자는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정책에 관한한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조율을 거쳐 확정되지 않는 내용이 발표되거나 이미 결정된 정책을 쉽게 변경하는 것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