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살려 낸 기업으로 인식됐던 '아래아한글'개발사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외국 국적의 최고경영자(CEO)를 맞게 됐다. 지난 8일 이사회를 통해 선임된 류한웅(미국명 폴류) 대표이사는 지난 67년 서울에서 태어나 바로 도미(渡美)한 미국 시민권자며 주요경영진인 최승돈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김진 최고재정책임자(CFO) 역시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같은 경영진 구성에 아래아한글 사용자와 업계는 '착잡하다'는 반응과 함께 정서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컴은 국민의 자발적인 한글지키기 운동으로 살려낸 기업이라는 '국민적 자존심'이 배경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한컴은 IMF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려 존망의 위기에 처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다른 기업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로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이 살아난다는 점에 대해 정서적 반발이 일어나 당시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중심으로 한글지키기운동본부가 설립됐다. 한글지키기운동본부는 한컴의 재정난 해결을 위해 아래아한글 불법복제 타파 운동과 함께 전국민이 아래아한글을 쓰자는 취지로 1만원에 `아래아한글 815'를 내놓기도 해 매출이 급상승했다. 또 전국민 한컴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벌여 국민대상 공모를 통해 유상증자를 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움없이 부도위기를 넘긴 전력이 있다. 한컴은 이찬진(현 드림위즈 대표) 사장의 사임 후 경기침체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프로세서 시장 잠식으로 경영난을 겪었고 지배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뀌는 불안한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나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독점체제속에서 자국언어 프로그램을 지키는 유일한 나라라는 자존심의 중심에 있었고 한컴 역시 이를 이용한 '애국심마케팅'을 가장 큰 무기로 삼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번에 선임된 류 대표가 외국국적에다 한글을 쓸 줄 모르고 겨우 몇몇 단어로만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정서적인 비판이 높다. 아래아한글 사용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우리의 자존심인 아래아한글을 만들어 내는 한컴이 외국인 CEO에 의해 경영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이제 한컴에 대한국민적 애착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컴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누가 CEO가 되던 한컴이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국민이 살려 낸 기업의 CEO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착잡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류 대표 측은 "언어 문제와 기업경영은 다른 문제"라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해 간다면 직원과 국민들의 반감도 점점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