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과 보호시설을 찾아 쏟아지는 수백만의 난민들, 대피하기에 너무 약한 어린이들, 생.화학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구호요원들이 이라크전쟁 발발에 대비해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터마러 알 리파이 국제 적십자위원회(ICRC) 대변인은 "현대전쟁은 민간인 지역에 상관없이 벌어진다. 오늘날 민간인들도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미국도 민간인 전쟁 피해에 대해 고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미 국무부의 난민문제 최고 책임자인 리처드 그린은 25일 전쟁발발시 이라크로부터 넘어올 수십만명의 난민을 지원하는 비상계획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터키 관리들과 만났다. 또 국방부 산하에 퇴역 장성인 제이 가너가 이끄는 별도의 담당 국(局)을 만들었다. 이 곳은 이라크의 자원들에 대해 평가하고 전후 재건을 준비를 하는 곳이다. 가너는 걸프전 이후 이라크의 쿠르드족 난민 구호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라크는 이란-이라크전과 걸프전,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무역제재로 인해 쇠약해진 상태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이라크의 통제를 받는 중앙 및 남부이라크 어린이의 3분의 1이 영양실조 상태다. 또 이라크 인구 2천200만명이 정부로부터 유엔 감독하에 석유판매로 얻어진 식량을 배급받고 있다. 이라크인의 60% 정도가 밀가루와 쌀, 콩, 우유와 식용유의 한달 배급이 없을 경우 살아갈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관련, 매달 약 50만t의 식량이 이라크로 공급되고 있다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 트레버 로우가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호활동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따를 수 있어 구호단체들이 고심중이다. 우려되는 것은 폭격으로 인한 도로파괴가 식량배급을 어렵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영국 구호 및 개발단체인 `세이브 더 차일드'의 여성대변인 캐롤라인 컬버가 말했다. 컬버는 "전쟁중 식량배급은 이라크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우는 WFP가 이라크 인접국가에 식량을 비축하고 있으며 한달에 90만명의 난민을 구호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난민수는 수백만명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라크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는 영국단체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된 유엔 기밀보고서는 전쟁으로 인해 5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동시에 약 300만명이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개전초 축출된다면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은 집을 떠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같은 공격이 겨울에 발생, 발전소를 무력화한다면 이라크인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난민을 택할 수도 있다. 크리스틴 맥넵 유엔 원조.개발 책임자는 "어떤 전쟁도 인도주의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비록 그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그렇다"고 말했다. 맥넵은 유엔 단체들은 밤시간대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요르단 등 이라크 인접국에 난민홍수가 예상됨에 따라 텐트와 담요 등을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호단체들은 또 이라크의 생화학공격에도 대비해야한다. 그러나 구호요원들은 비(非)재래무기의 사용이 예상되는 지역에서의 대피계획과 관련해서는 거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금부족도 그들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알 리파이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은 "우리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모금을 할수 없다"고 말했다. (카이로 AP=연합뉴스)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