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부자들의 투자 패턴을 보면 '한국에서 돈 버는 법'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거부(巨富)들만을 상대하는 프라이빗 뱅커(PB·거액자산가 전담 은행원) 김모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들의 투자행태를 몇년이 지난 뒤 되짚어보면 언제나 시장 움직임보다 앞섰다는 것. 이라크 전쟁위기,노무현 정부 출범 등을 앞두고 투자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지금,강남 거부들은 어디에다 돈을 맡기고 있을까. PB들과 사채업자들을 통해 이들이 최근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를 알아봤다. ◆투자원칙 NO RISK.조금이라도 위험한 것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는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현재 명동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거래소·코스닥 기업의 기업어음(CP) 중에는 월 수익률이 1.2%(연 14.4%)가 넘는 게 2백66개나 된다. 그러나 거부들은 무관심하다. 어음중개업체인 인터빌의 한치호 부장은 "거래소·코스닥의 우량기업 CP는 월 0.5%(연6%)만 줘도 서로 사겠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NO HOLD.현금자산은 절대 오래 묵혀두지 않는다. 금융상품은 만기가 짧은 것을 선호한다. B은행 압구정지점의 한 PB는 "거부들은 1년 이상 금융상품에는 30∼40%만 운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3∼6개월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정기예금도 길어야 6개월짜리로 가입하고 있으며 3개월짜리 CD나 CP,초단기인 MMF나 MMDA에 주력한다. NO TRACE.신원이 드러나는 건 싫어한다. 한 보험사 PB팀장은 "자금출처를 파악하기 어려운 서화나 골동품을 구입하려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금융자산이 1백억원 정도인 강남 큰손 A씨는 50% 이상을 은행에 넣어두고 있다. 정기예금에 20억∼30억원,특정금전신탁 가입을 통한 우량 기업어음(CP) 매입 20억원,양도성예금증서(CD)에 10억원 정도를 묻어두고 있다. 만기는 모두 6개월 이하로 비교적 단기다. 주식은 위험성이 큰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상품을 선호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팔고 있는 주식형·혼합형 펀드,외국계 펀드에 20억원 가까이 가입했다. 펀드 가입시 이들이 눈여겨 보는 것은 △분리과세 여부 △위험성의 정도 △펀드매니저의 실력 등이다. 30억원 가량은 채권형 수익증권에 묻어둔다. 항상 5억∼10억원은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는 보통·저축예금이나 MMF,MMDA에 보관한다. ◆투자상품 분리과세가 가능한 상품을 많이 찾는다. 외환위기 직후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이 대표적이다. 분리과세 뿐 아니라 비과세(농특세 1.5%만 부담) 혜택도 있다는 게 메리트다.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올해 11월1일이 만기인 한전채.세전 수익률이 6.26%로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다. 수요는 많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여간해선 성사되지 않는다. 7년 이상 장기 외화채권에 대한 수요도 많은 편이다. 해외펀드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씨티은행이 팔고 있는 해외펀드 가입액은 작년 5월 2천50억원 수준이었지만 연말엔 4천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상품은 미국정부 모기지펀드(메릴린치)다. 김인식·최철규·조재길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