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구상중인 정부개혁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노 당선자는 29일 부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중앙정부가 맡고 있는 집행기능을 전부 지방으로 이양하겠다"며 '중앙정부 몸집줄이기'에 본격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예산배정에 효율성 개념을 적용하려고 한다"며 '성과주의 예산제도' 도입을 통한 재정개혁 의지를 보였다. 노 당선자는 "조직 감축과 인원 감축은 없을 것"이라는 토를 달았지만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행정조직과 행정체계의 대폭적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그러나 "공무원들의 저항을 줄이면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해 행정개편이 어느 정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시·도통합=노 당선자는 지방별 지청을 설치해 공룡화된 중앙부처를 다이어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예컨대 "중앙정부가 지방에 중소기업청을 만들어 지원할 게 뭐 있느냐.지자체가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김병준 정무분과 간사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행정개혁과 지방분권을 얘기할 때마다 이 문제가 쟁점사항이었다"며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정책기획위원회가 이미 관련자료를 확보해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앙부처의 집행기능을 수행 중인 특별지방행정기관은 23개기관 7천1백76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의 기능과 중복돼 인력과 예산낭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지방청의 기능을 지자체에 이관하더라도 관세청 체신청 철도청 등 성격상 존치가 불가피한 일부 기관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과주의 예산제도 도입=노 당선자는 "지방뿐 아니라 중앙부처 간에도 투자의 효율성 개념을 적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산을)정치적 관점에서 적당히 나눠먹기 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했다. 김 간사는 "사업별 수익비용 분석이 향후 5년간 계속 강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사업의 성과와 관계 없이 지역별로 골고루 배정해오던 기존의 예산배정 방식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기획예산처 기능의 재편여부가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예산처의 사업별 심사평가 기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이와 관련,"각 부처마다 이런 기능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산=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