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청와대비서실 인선과 조각방향이 가닥을 잡아가면서 주변 인맥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인재풀이 넓진 않지만 두터운 신뢰 관계를 가졌다고 자평하는 노 당선자의 인맥은 그의 정치역정과 궤를 같이 하며 형성된 측면이 강하다. 노 당선자가 정치권에 입문한 지난 88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함께 해온 측근 및 386 참모진,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인권변호사와 정치 활동을 하면서 다져진 부산그룹, 정치적 시련기에 한배를 탔던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파, 당 후보경선과 대통령직 인수위 등에서 급부상한 신주류 및 학자그룹 등으로 대별된다. ▲측근 및 386 참모 = 노 당선자와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그룹이다. 노당선자는 가치지향과 신뢰를 공유하는 이들을 청와대 비서실에 대거 포진시킬 작정이다. 이광재 기획팀장, 윤태영 공보팀장, 서갑원 의전팀장, 김만수 인수위 부대변인, 천호선 황이수 백원우 인수위 전문위원, 여택수 수행팀장, 문용욱 기획비서 등이다. 이들은 노 당선자가 초선 때부터 보좌관이나 비서관으로 주파수를 맞춰왔고, 선거때마다 캠프에서 동고동락을 같이 해온 사이다. 때문에 호흡이 잘 맞지만 소위 측근 정치를 답습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그런 시비가 나오면서 다른 그룹의 견제가 나타나고 있는 조짐이다. 특히 이광재 팀장의 경우 다른 한쪽 날개였던 안희정 전정무팀장이 당으로 복귀하자 비서실 개편방안 및 인선문제 등 굵직한 일들을 두루 챙기면서 힘이 쏠리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젊은 참모진의 뒤에는 노 당선자의 후원회장을 맡아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이기명 전 언론문화고문을 비롯, 이강철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 염동연 전 정무특보 등이 광범위한 자문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그룹 = 부산지역 인권변호활동으로 엮인 당선자의 오랜 벗 문재인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내정되면서 집중 조명받고 있다. 부산학생운동 조직사건인 옛 '부림사건'으로 당선자와 인연을 맺어 줄곧 동지적 관계를 가져온 이호철(여행사 운영)씨도 문 내정자와 함께 청와대 입성이 점쳐져 관심을 끌고 있다. 386 참모로도 분류되는 정윤재 부산 사상 지구당위원장과 최인호 해운대 지구당위원장, 과거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을 지냈고 노 당선자의 후원회 및 강서 지구당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최도술씨 등도 주요 인맥이다. 대선때 부산선대위원장을 맡아 뛰었던 조성래 변호사는 선임그룹의 좌장격이며, 마산 합포 김성진 지구당위원장도 범부산그룹에 속한다. 이들은 노 당선자가 80년대 초반 조세전문 변호사로 일하다가 인권변호사로 변신, 사회참여를 본격화한 뒤 정치활동에 뛰어들면서 맺어진 인연들이어서 당선자의 신뢰가 각별하다. ▲통추파 = 지난 96-97년 민주당에서 국민회의가 분가할 때 당에 남아 정치적 운명을 같이 했던 인물들이다. 당선자가 지금도 `대표님' 또는 `선배님'으로 호칭하는 김원기 고문이 좌장격이다. 김 고문은 노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당정관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에는 공식라인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흐름이어서 당선자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유인태 전의원은 정무수석에 내정됨으로써 김 고문과 함께 당선자의 핵심 정무참모로 활동할 전망이며 원혜영 부천시장과 박석무 전의원은 각각 행자부장관과 교육부총리 물망에 올라 있어 주목된다. 또 김정길 전의원과 이철 전의원, 이미경 의원 및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의 역할도 주목된다. 정치에서 원칙과 일관성을 강조하고 인사에선 특히 검증을 중시하는 노 당선자로서 이들은 항시 대기중인 주요직 후보군이다. ▲민주당 신주류 = 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당선자의 성공과 함께 비주류에서 주류로 변모한 그룹이다. 또 노 당선자가 후보로 선출된 후 곁을 지켜온 현역 의원들도 중심이다. 친노.반노간 대립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던 문희상 의원은 이미 비서실장에 내정돼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부상했고, 대선때 선대위원장을 지낸 뒤 지금은 당권을 노리고 있는 정대철 의원도 당선자의 당정간 연계고리의 핵심이다. 그는 당선자 대미특사로 2일부터 미국방문에 나선다. 정동영 추미애 의원은 당선자가 차세대로 거론하는 인물들이며, 특히 정동영 의원은 다보스포럼에 당선자 특사자격으로 참가중이다. 법무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조순형 의원과 임채정 인수위원장, 신계륜 당선자 인사특보, 김한길 기획특보, 신기남 천정배 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인사들이다. 선대위에서 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이상수 이해찬 김경재 이해찬 허운나 의원 등도 당선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룹이다. ▲학자그룹 = 교수 중심, 학자형 인수위가 출범하면서 표면에 드러난 노 당선자의 파워그룹이다.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이 그룹의 리더격이다. 김진표 국무조정실장과 함께 청와대 정책기획실장(가칭)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그는 노 당선자를 도운 1호 교수로서, 지난 93년 노 당선자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초빙간사로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 간사뿐 아니라 윤영관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 최근 대북 특사격으로 방북중인 이종석 외통분과 인수위원, 이정우 경제1분과 간사, 정태인 경제1분과 인수위원,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 권기홍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도 노 당선자의 `과외교사'등의 역할을 하면서 많은 정책적 토론과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인맥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참여수석 내정이 당연시됐던 이종오 인수위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을 대신해 박주현 변호사가 국민참여수석에 내정됨으로써 이들 학자그룹의 세력화가 주춤하는 양상이나 여전히 영향력있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기타 = 이들 5개 그룹 외에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내정 사실에서 보듯 민변과 시민단체 관련인사들도 잠재적인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또 유시민 개혁당 전대표와 후보경선 당시 노사모를 이끌었던 문성근 명계남씨 등 문화계 인사들도 영향력있는 `프리랜서형' 파워그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