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범죄가 날로 늘어가면서 수법이 지능화되고 범죄영역도 다양해 지고 있다. 게다가 범죄의 대상이 된 회사들이 그 일을 쉬쉬하며 대외적으로 비밀에 부치면서 사이버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다. 27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사이버공간상 범죄행위가 이제는 신용카드번호와 암호를 알아내 돈을 빼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사이버 절도범들은 은행계좌에서 돈을 빼내갈 뿐만 아니라 기업 컴퓨터시스템에 침입, 상품개발전략이나 신상품정보 또는 사업수주계획 등 극비정보 등을 빼내해당회사의 경쟁사에게 고가에 팔아넘기고 있다. 컴퓨터보안회사인 mi2g 추정으로는 세계적으로 이달에만 확인된 해커 사례는 2만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사상 최고기록인 1만6천건을 4천건이나 넘는 것이다. 문제는 각종 컴퓨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회사들이 사건의 발생을 노출시키지 않으려 하고 있어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사건 발생 사실을 쉬쉬하는 것은 이 일이 노출됨으로서 제2의, 제3의해커 공격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데다 공신력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경쟁사로부터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도 두려워하고 있다. 미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실시한 한 조사에서는 500개 대상기업 중 80%가 큰금전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23개 업체는 구체적으로 손실액수를 밝혔는데 1사당 평균손실액은 200만달러였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장비 메이커인 시스코시스템스의 경우 2명의 회계사가 이 회사의 컴퓨터시스템에 불법으로 침입, 800만달러 규모의 시스코 주식을 발행했다가적발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건발생 사실 자체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가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보안전문가들은 주요 은행, 통신회사를 비롯한 많은 포천 500기업들이 컴퓨터범죄의 대상이 됐었다고 전했다. 기술자문회사인 애버딘그룹의 분석가 제임스 헐리는 사람들이 컴퓨터범죄로 인한 손실이 얼마인지를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한 회사의 경우 한번의 컴퓨터범죄로 지난해 5억달러의 손실을 보았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