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유엔의 비무장 해제 요구를 진정으로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난 2개월간 이라크를 사찰해온 유엔 사찰단 책임자가 27일밝혔다. 미국은 이라크가 무장해제 의사가 없음이 확인됐다면서 이라크의 강제 무장해제를 위해 국제사회와 유엔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다른 안보리의 상임이사국들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은 사찰단에 시간을 더 줄 것을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오는 29일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블릭스 위원장 보고= 지난 60일 간 핵무기를 제외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개발, 보유의혹 조사를 지휘한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출석, 이라크가 사찰단의 의혹시설 접근에는 협력했으나실질적인 면에서 협력은 미흡했다고 그동안의 사찰과정을 평가했다. 그는 "이라크는 오늘날까지도 무장해제를 요구한 유엔 결의를 진정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가 파괴했다고 주장한 대량의 VX 신경가스와 탄저균 등의 행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탄저균의 경우 파괴했다고 주장한 시점 이후에도 대량을 계속 보유해왔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으며 최근 사찰에는겨자가스 원료물질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가 추가로 해명할 필요가 있는 사례로 화학탄두를 실을 수 있는 빈로켓탄들이 발견된 것과 한 이라크 과학자의 집에서 핵무기 관련 비밀문서들이 발견된 점 등을 들었다. 또 사찰팀은 11명의 과학자들을 상대로 사적인 면담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고 U-2 정찰기를 사찰에 동원하겠다는 요청도 이라크 당국에 의해거부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찰단의 활동에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기간'내에 무장해제를 이끌어 낸다는 긴급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시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찰이 현재 진행 중이고 새로운 사찰단원 훈련이 이번 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 보고=이라크 핵무기 관련 의혹을 조사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안보리 보고에서 "이라크가 1990년대핵개발 게획을 포기한 이래 새로운 핵무기 개발계획을 추진해왔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1991년 이전 핵개발 계획이나 우라늄 입수를 시도했다는 의혹 등에대해서는 이라크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라크의 핵 의혹에 관해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안보리에 사찰기간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예외적인 상황을 배제한다면 이라크가 적극 협력할 경우 우리는 몇달안에 이라크가 핵개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확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반응=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조건없이,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이라크가 자발적으로 무장해제를 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 회의가 개최되기 직전 "미국은 유엔 사찰단의 보고를 해석함에 있어 이라크의 부분적인 위반도 비무장 요구의 거부로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해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과 이라크의 협조거부만으로도 `중대위반'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타 국가 반응=모하메드 알 두리 유엔주재 이라크대사는 "이라크는 대량파괴무기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도 "이라크는 유엔 사찰에 전적으로 협력해 왔다"면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에 대한 미국의 비난은 석유자원의 통제와 이스라엘 보호를 위한 미국의 술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안보리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사찰단에 좀더 많은시간이 주어져야 하며 유엔 안보리가 이를 허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이샨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유엔 사찰이 중단할 특별한사정이 없다면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안보리 회원국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향후 일정=유엔 안보리 회의 다음날인 28일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국정연설을 한다. 이 연설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없이 국제사회에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한 군사행동의 필요성만을 강조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29일에는 유엔 안보리가 다시 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미국은 이라크가 이미 이라크의 무장해제와 유엔 사찰에 대한 적극협력을 요구한 유엔 결의 1441호를 위반했음을 들어 군사행동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겠지만 프랑스,중국, 러시아 등 나머지 상임이사국들의 반박이 예상된다. CNN은 미국 국무부가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한 군사행동을 승인하는 내용의 2차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 결의안이 15개안보리 이사국들의 찬성을 확보하고 5개 상임이사국 중 단 한 국가라도 반대하지 않아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만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31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문제를협의한다. 이 자리에서 안보리의 2차 승인 없이 미국과 영국, 그밖에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의 동맹이 이라크를 공격할 지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