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라크사찰단의 안전보장이사회 보고(27일)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28일)를 앞두고 미국 금융 및 상품시장은 이미 '준 전시상황'에 돌입했다. 주가와 달러가치는 추락하는 반면 석유와 금값은 치솟고 있다. 월가에선 독일 프랑스 등 동맹국의 전쟁반대 선언으로 전쟁이 늦어지거나,미국만의 '나 홀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경우 모두 전쟁의 조기종료와는 거리가 멀어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달러·주가는 급락,석유·금값은 급등=지난 한주 동안 다우지수는 4백55포인트(5.3%) 급락했다. 주간 낙폭으로는 6개월 만의 최대치다. 다우는 2주연속 하락한 8,131.01로 지난해 10월16일 이후 최저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 달러화 가치도 지난 24일 유로화에 대해 거의 1% 떨어진 1.084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8.3% 급락한 수준이다. 반면 뉴욕상품시장에서 금값은 이날 하룻동안 1% 급등,6년 만의 최고치인 온스당 3백68.40달러까지 치솟았다. WTI(서부텍사스중질유) 3월 인도분도 공급부족보다는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3.2%(1.03달러) 치솟은 배럴당 33.28달러에 거래됐다. ◆점점 증폭되는 불확실성=이라크전쟁에 대한 월가와 기업계의 입장은 한마디로 빨리 결론을 내라는 것이다. 전쟁을 하지 않든지,하려면 조기에 끝내 달라는 주문이다. "불확실성은 기업투자나 주식매입을 중단시키는 등 CEO들과 주식시장에는 '고문이 이어지는 상황'"(돈 스트라차임 글로벌어드바이저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동맹국의 지원을 얻지 못하는 부시 행정부가 살상무기 증거를 찾지 못한 이라크 사찰단의 활동을 연장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결국 불확실성의 지속을 의미한다. 28,29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조정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은 금리전망보다 전쟁루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금리조정회의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토니 크레센치 채권애널리스트)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시장이 당분간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