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강창희 PCA투신 투자교육연구소장 ] 한국의 투자신탁시장은 1백80조원 규모로 세계에서 10∼15위권에 속한다. GDP(국내총생산)가 우리의 10배가 넘는 일본의 투신시장 규모가 36조엔(약 3백60조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도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다. 문제는 한국 투신시장은 개인의 장기재산 형성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투자신탁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인 미국에서 투자신탁에 돈을 넣어둔 투자자 구성을 보면 개인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노후 대비 재산형성을 위해서는 수익증권(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다음 사회에 나온다. 그 영향으로 미국 가정의 52%,두 집에 한 집 꼴로,그것도 젊은 세대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다양한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90%의 투자자는 노후생활자금 마련을 위해서,32%의 투자자는 자녀 교육자금 마련을 위해서 펀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렷한 목표 아래 자신의 연령 가족구성 여유자금 등을 고려해 주식형 채권형 MMF(머니마켓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면 결국 장기 분산투자가 된다. 미국 각 가정의 장기분산투자 결과는 투신시장의 상품구성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미국 증시가 3년간 침체를 지속했는데도 전체 펀드 잔고 중에서 주식형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그 나머지가 채권형과 MMF다. 특히 주목할 것은 주식형펀드의 운용기간이다. 운용기간이 3년 이하인 펀드의 비중은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10년 이상의 펀드가 65%,30년 이상의 장기펀드도 30%에 이른다. 투자기간이 이렇게 길기 때문에 단기 시황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증대되는 기업에 투자하여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우선 투신시장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비중이 30% 정도밖에 안된다. 상품구성을 보아도 순수 주식형은 6%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혼합형(25%) 채권형(36%) MMF(33%)로 돼 있다. 게다가 채권형의 대부분은 1년 미만의 단기형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투신시장은 개인의 장기분산투자를 위한 시장이라기보다는 금융사들이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투신시장이 투자신탁 본래의 취지대로 개인투자자의 장기분산투자를 위한 시장으로 바뀌려면 우선 판매회사(은행 증권 등)의 마케팅 전략이 변화해야 한다. 현재 법인고객 위주의 판매전략이 자산관리형 영업차원에서 개인중심의 판매전략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으로 투자자 및 금융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FP(파이낸셜플래너)에 대한 투자교육이다. 투자목적,장기분산투자,간접투자에 대한 충분한 교육 없이 개인의 장기투자자금이 투신시장에 유입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