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IMF가 다시 오더라도 끄덕 없습니다. 결코 허풍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상부 회장은 증권거래소에서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7일 운영회의에서 자신감에 찬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이 한마디에는 오는 3월이면 포스코의 사령탑을 맡은지 만 5년이 되는 유 회장의 자부심이 그대로 베어 있다.


이제 포스코는 세계적 기업으로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는 선언이다.



유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포스코를 경쟁의식을 기초로 한 조직으로 만드는데 힘을 기울여 왔다.


민영화와 함께 국가의 보호가 사라진 만큼 경제성을 경영의 최우선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난해 파워콤 입찰을 포기한 것이나 기아특수강의 인수 작업을 중단한 것도 기대이익보다는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최근 한국전력 산하의 남동발전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도 "수익성과 성장성이 보장될 때만 참여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투입에 대한 산출이 얼마가 되느냐를 명백하게 따져보고 기대수준에 충족될 때만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보여주듯 유 회장은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모든 경영시스템을 세계 표준에 맞춰야 합니다. 이것이 포스코가 당면한 현실입니다."


그는 얼마 전 간부경영혁신 특강에서도 이처럼 강조했다.


외국인 주주가 전체 지분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단기적 경영성과와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CEO가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중 하나다.


유 회장이 선택한 해결방법은 투명경영.


그는 모든 의사결정 구조를 공개했다.


이사회와 경영위원회에서 한 임원들의 발언 내용은 전 직원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과장급 이상 임직원이 참여하는 월례 운영회의는 사내TV로 모두 생중계된다.


등기임원의 임기도 3년에서 3년이내로, 집행임원은 3년이내에서 2년이내로 단축했다.


내부통제기능이 약하다는 비판을 막고 실적과 성과에 따라 평가받겠다는 의도에서다.


조(兆) 단위 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지만 포스코의 등기임원 보수한도는 20억원으로 1인당 평균 1억2천만원이 조금 넘는다.


삼성전자의 평균 35억원에 비해 3.5%에 불과한 수준이다.


SK텔레콤(6억7천만원) 현대자동차(1억9천만원) KT(1억8천만원) 등보다도 낮다.


그의 인생에 있어 양대 축은 일과 가정이다.


대인관계가 담백하고 바깥 일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저녁약속을 만들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항상 오전 4시면 기상해 할 일을 점검할 정도로 일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이름처럼 유(劉)씨 성(姓)을 가진 평범한 사내(常夫)는 결코 아니다.


그에게 있어 올해 최대 화두는 중국이다.


올해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2억7백만t, 제품 생산은 2억2천5백만t으로 포스코가 지난 68년부터 92년까지 25년간에 걸쳐 이룩한 총 생산량과 맞먹는다.


일본도 신일본제철과 JEF(가와사키제철과 NKK 통합법인) 두 개의 거대업체로 구조조정을 마무리, 복권(復權)을 노리고 있다.


"포스코가 지금은 분명히 챔피언십을 가지고 있지만 포스코의 경쟁력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싸움을 예상하는 유 회장의 말에는 결코 챔피언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각오가 배어 있다.


-----------------------------------------------------------------


[ 약력 ]


<> 1942년 3월4일 일본생

<> 60년 거창고 졸업

<> 64년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 66년 5월~70년 2월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 70년 3월 포스코 입사

<> 92년 10월 포스코 부사장

<> 94년 11월~96년 11월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 96년 12월~98년 3월 일본삼성 대표이사 사장

<> 98년 3월 포스코 회장

<> 한국철강협회 회장(98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99년 2월~)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98년 8월~) 한일경제협회 부회장(98년 3월~) 포항공대 이사장(99년 7월~)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