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을 보상하겠다는 지난 88년노태우 전 대통령의 약속이 깨진 시점을 언제로 봐야하는지를 놓고 법원이 엇갈린해석을 내놓고 있다. 약속이 깨진 시점은 국가에 위자료를 요구하며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므로 재판부가 이 시점을 언제로 판단하느냐 여부에 따라 동일한 내용을 다루는 소송의 명암 역시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7부(재판장 김영갑 부장판사)는 19일 유모씨등 삼청교육대피해자 및 유족 등 64명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구타 및 가혹행위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 전대통령의 지난 88년 특별담화는 `6공화국 행정부의정치적 약속'이 아니라 `국가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므로 국가는 약속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따라 신뢰 보호의무를 파기한 시점이 손배 청구권소멸시효가 시작되는 기산점"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를 보상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은 노 전대통령 퇴임 후에도유효하다"며 "신뢰 보호의무가 깨진 시점은 15대 국회의 입법활동 만료와 함께 보상입법 추진이 완전히 중단된 2000년 5월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앞서 부산지법 민사합의7부(재판장 황종국 부장판사)는 작년 7월 피해자 50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하면서 "노 전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14대,15대 국회를 지나 16대 국회 개원 후에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손배 청구권소멸시효의 기산점은 16대 국회 개원 1년후인 2001년 6월"이라고 판시했다. 또 대구지법 민사항소3부(재판장 박정호 부장판사)도 작년 11월 강모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부산지법의 판단처럼 2001년 6월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인정,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반면 서울지법 민사합의29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작년 10월 강모씨등 114명이 낸 소송에서 "노 전대통령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약속을 하고도 후속조치없이 퇴임한 93년 2월이 기산점"이라며 원고가 소송을 제기한 2001년 11월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은 지난 2001년 대법원이 "손배 청구시효는 소멸됐지만 정부가 피해보상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신적 고통을 준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국가는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면서 법적 보상의 길이 열렸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