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15일 미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직접 밝힌 가운데 터키와 아랍권내에서 후세인 대통령망명 계획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동지역의 아랍 외교관들은 이날 AFP통신과 회견에서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등 아랍 국가들과 터키는 서로 협력해 후세인 대통령이 망명에 나서도록 설득하는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외교관은 아랍권과 터키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노력은 압둘라 굴 총리가 이달에 중동지역을 순방한 사실에서도 드러나듯 터키에 의해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관들은 후세인 대통령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을 받고 이에 대한대가로 망명에 나서는 방안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터키와 이집트, 사우디 등 특정 아랍국가들의 외교 관계자들이 오는 27일로 정해진 유엔 무기사찰단의 사찰보고서 유엔 제출 시한 이전에 "이같은 방향 설정을 갖고 (후세인 대통령의 망명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이로 소재 알-아흐람 전략연구센터(ACSS)의 와히드 압둘 메지드 부소장은 굴총리가 이집트, 사우디, 시리아, 이란을 포함하는 중동지역 순방에 나설 때 후세인대통령의 망명설이 유포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CSS 연구원 나벨 압둘 파타는 "이집트는 역내에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이같은 역할을 맡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고 사우디는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점을 미국에게 증명해 보이기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미국 백악관 대변은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를 떠나재판을 받는다면 "세계는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후세인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것이 미국의 정책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그가 우선 떠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하고 더이상의 답변은 회피했다. 한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미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이라크는 항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국영 TV에 출연, "선택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그러나 전쟁이 강요된다면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어 "신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전쟁없이 그 권리를 되찾기를원한다면 우리는 감사할 것이다. 우리는 또 신이 전쟁을 통해 권리를 회복하도록 결정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우리 형제들이 이유 없이 투쟁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목적을 실현하는 데 전쟁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투쟁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아랍국 일부 지도자들이 이라크 국민은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만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악의 세력이 이라크에 타격을 가한 후 (나머지 지역에) 영향을 주기전에 악의 세력을 멈추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후세인이 무장해제를 할 경우 이라크와의전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가 길을 바꿀 것을 지속적으로 희망해왔다"면서 "누구도 전쟁을원치 않는다. 전쟁과 평화의 선택은 워싱턴에서 정해지지도 않으며 뉴욕에서의 일이아니다. 바로 바그다드에서 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유엔이 요구한 이라크의 무장해제는 "전쟁 이외의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면서 후세인이 이라크를 떠나거나 유엔 무기사찰단에 협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럼즈펠드 장관에 동의하면서 "군사적 입장에서보면 반환점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럼즈펠드 장관은 후세인이 이라크를 떠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가 그러한 문제를 나와 상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4일 "시간이 없다"며 이라크를 압박하며 전쟁가능성을 한층 고조시켰었다. (카이로.워싱턴,바그다드 AFP=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