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재' 우디 앨런의 영화가 모처럼 영화 팬들을 찾는다.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가 국내에서 개봉한 것이 97년 5월이니 6년 만의 일이다. 우디 앨런은 지난해에도 「할리우드 엔딩」을 들고 칸 영화제를 찾았지만 국내 관객과는 멀어져 있었다. 24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 간판을 내걸 「스몰 타임 크룩스(Small TimeCrooks)」는 우디 앨런 특유의 기발한 재치와 냉소적인 풍자가 살아 있는 코미디 영화. 60대년풍의 주제음악과 함께 도수 높은 뿔테 안경에 반바지 차림의 레이(우디앨런)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레이는 은행 옆의 피자가게가 집을 내놓은 것을 보고 자신도 놀랄 만한 범죄 계획을 세운다. 이 가게를 인수해 장사를 하면서 남의 눈을 피해 땅굴을 뚫어 은행 금고를 턴다는 것. 이미 권총을 들고 은행을 털려다가 한 차례 감옥 신세를 졌던 레이의 말을 부인프렌치(트레이시 울만)가 솔깃하게 들어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레이의 끈질긴 설득과 동료들의 바람몰이에 넘어가 무모해 보이는 계획에 동의한다. 부인의 허락은 얻었지만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피자가게를 다른 사람이인수해버려 새 주인마저 계획에 동참시키는가 하면 수도관을 잘못 건드려 지하실이물바다가 되기도 한다. 그나마 애를 쓰고 판 땅굴은 지도를 잘못 읽은 탓에 엉뚱한곳으로 나오고 만다. 레이의 거듭된 실패와는 반대로 눈가림으로 차려놓은 쿠키 가게는 프렌치의 탁월한 솜씨에 힘입어 날로 번창한다. 불과 1년 만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갖추고 전국에 가맹점을 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레이와 프렌치의 사이에는 틈이 생긴다. 프렌치는 부에 걸맞은 교양을갖추기 위해 바람둥이 미술상 데이비드(휴 그랜트)로부터 특별수업을 받고 레이는그런 프렌치를 못마땅해 한다. `순이'를 만난 뒤부터 우디 앨런의 가시 돋친 농담의 강도가 줄어들었다는 세간의 평처럼 이 영화에서도 할리우드를 비웃고 주류 사회의 위선을 까발기는 노골적인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졸부들의 허영을 풍자하는 태도는 여전하다. 새옹지마와 전화위복이라는인생유전의 법칙을 전달하려는 의지는 더욱 단단해진 느낌이다. 무릎을 치게 할 만한 명대사와 배꼽을 쥐고 허리를 꺾을 만한 폭소탄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약간의 실망은 감수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