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금융시장의 선진화 차원에서 요구불예금 금리 규제를 철폐해 지난 91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금리자유화조치를 완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저금리기조의 지속과 함께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고 은행의 수신기반도 크게 넓어져 요구불예금 금리를 자유화하더라도 별다른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연 1%를 최고금리로 하는 보통예금과 가계당좌예금, 무이자인 당좌예금.별단예금.기업자유예금(7일미만) 등의 금리규제가 연내 폐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91년 8월 발표한 '4단계 금리자유화 계획'에 따라 91년 11월부터 95년 11월까지 1∼3단계 금리자유화조치를 취한데 이어 97년 7월에는 수시입출금식저축성예금금리를 자유화했다.

박 총재는 "최근 달라진 중소기업 금융환경에 맞춰 총액한도대출의 지원체계를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재할인제도의 정통적인 금리공시기능과 유동성 조절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금융기관 장단기 수신구조의 균형을 유도하고 전자화폐의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지준제도도 합리적으로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재는 "지난 5년간 물가안정목표제의 운용경험과 성과를 되돌아보고 보완할점이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면서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를 감안해 보다 긴 안목에서 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현행 연간목표제를 2∼3년 시계의 중기목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해 경제와 관련 "물가와 경상수지 상황이 상대적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소비자물가는 높은 임금상승세 지속에 따른 단위노동비용 증가, 그동안의주택가격 급등, 공공요금의 인상 등으로 연평균 상승률이 3%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경상수지는 경기상승세 지속으로 상품수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됨에 따라 흑자규모가 30억달러 수준으로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 총재는 하지만 "우리 경제는 그간 다져온 기초체력을 토대로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의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으며 1천2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은국제금융환경의 악화 등 예상외의 외부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