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비밀리에 추진한 대량살상무기개발.생산계획의 증거를 찾기 위해 2개월째 현지실사작업을 실시중인 유엔무기사찰단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사찰단 내부에서조차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미국의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찰단이 지금까지 이라크가 유엔결의안을 위반한 경미한 경우 2건을찾아냈지만 전쟁의 빌미를 제공할 방사능 흔적이나 세균포자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사찰단 관계자는 "이라크를 완전히 발가벗기는 것이유엔무기사찰단의 목표라면 이는 분명 실패작"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110명의 무기사찰단 가운데 100명은 생화학무기 사찰에, 나머지 10명은 핵사찰을 각각 담당하지만 완벽한 사찰은 애당초 무리라는 것이 사정을 아는 이들의지배적인 견해다.

사찰단의 업무는 혹독할 만큼 빡빡하다. 보안유지를 위해 공개석상에서 업무와관련된 이야기는 될 수 있는대로 피하고, 어쩔 수없이 하더라도 도청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어설픈 사찰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어떤 곳에는 하루에 7개팀이 각각 사찰을 실시하는가하면 웬만한 것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들을 맞이하는 이라크 관리들의 태도는 4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사찰단이 요구하는 곳이면 대통령궁 같이 한때 금지구역이었던 곳조차 문호를 개방한다.심지어는 국영 군산복합단지가 아닌 민간시설조차 24시간 사찰단에게 개방된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역시 31일 이스라엘군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라크가 무기사찰단의 사찰활동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감행할만한 아무런 당위성도 찾아볼 수없다고 주장했다.

유엔무기사찰단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 사찰단원들은 그러나 미국이 약속과 달리 결정적인 정보를 주지 않아 사찰활동에 진전이 없다고 강변했다.

사찰단 관계자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무기사찰단이 뭔가를 찾았으면하고 미국이 기대를 한다면 미국은 먼저 정보파일을 공개한 뒤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부시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발끈하고 나섰다. 이미생화학시설로 의심되는 곳에 대해 '영양가있는' 고급정보를 제공한데도 불구하고 무기사찰단이 아직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이 관리는 불쾌해했다.

무기사찰단이 발견한 이라크의 유일한 유엔결의안 위반사항은 바로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의 일부분으로 사용됐을 법한 알루미늄관이다.

이라크는 이 관을 당초 헬기발사 공대지미사일 발사관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으나여의치 않자 결국에는 대공미사일 발사관으로 변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가 유엔에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이 이중사용제품에 관한 예전의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다.

이라크는 또 유엔에 통보하지 않은 채 외국계로 위장한 업체를 통해 알루미늄관대체품을 구입, 역시 유엔결의안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은 무기사찰단의 사찰 결과가 신통치 않자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나 생산에관여했던 이라크 과학자들이나 그들의 가족을 해외로 데려가 면담을 실시할 것을 종용하고 있으나 이 역시 사정을 모르는 순진한 소리에 불과하다.

무기사찰단 관계자는 "이라크 국내에서 실시하는 면담에 참여한 과학자도 주위에 포진한 보안요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연방 땀을 훔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만약누군가가 해외면담을 신청할 경우 신청자 자신 뿐만 아니라 전가족이 곧장 목숨을잃게 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엔무기사찰단의 활동이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유엔 소식통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