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1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동유럽 및 지중해 10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EU확대' 회담에 돌입했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몰타, 키프로스 등 10개국의 오는 2004년 5월 회원국 가입 문제를 공식 논의한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냉전시대 유럽의 동서분단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유럽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역사적인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괸터 베르호겐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영역 확대를 위한 결정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할런지 모른다. 코펜하겐에서 합의에 실패하거나 결정이 늦춰질 경우 향후 각 회원국의 국내 여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업보조금 등 핵심쟁점 타결 전망= 협상 대상 중 난항이 계속되고 있는 분야는 기존 회원국에 비해 경제력이 떨어지는 신규 가입국에 대한 EU의 재정지원 규모와 방식이다. 신규 가입국들은 EU가 제시한 지원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몰타 등 4개국은 가입 첫 해부터 3년간 400억유로를지원하는 방안이 미흡하다며 농업보조금 확대와 낙후지역 구조조정 자금 증액, 농업생산 쿼터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EU가 농업보조금 확대와 관련, 가입 후보 10개국 농민들에게 오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보조금을 50%로 인상해 주겠다는 수정 제의를 내놓음에따라 타결 전망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신규 회원국 중 인구(3천900만명)가 가장 많고 전국민의 20%가 농업에 종사하는 폴란드가 수용 가능성을 어느 정도 내비치고 있다. 미하엘 토버 폴란드 대표단 대변인은 "우유를 비롯한 농업생산 쿼터에 대해 추가로 더 나은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로운 제안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외교 소식통들은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독일과 농업보조금 정책 개혁에 미온적인 프랑스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란드와 몰타를 제외한 다른 8개 가입 후보국은 EU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순번제 의장국인 덴마크는 EU 확대 조건이 타결되지 않자 지난주 신규 회원국에 대한 구조조정자금을 3억유로 정도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나 더 이상 재정지원을확대할 수 없다는 기존 회원국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터키 가입 문제= 이슬람국가인 터키가 언제 EU 가입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지도 큰 변수로 남아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코펜하겐으로 출발, 터키 집권 정의발전당(AKP)의 타입 에르도간 당수와 회담할 예정이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블레어 총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EU와 터키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대 테러전쟁의 주요 동맹국인 터키의 EU 역내 포용을 미국과 함께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기존 회원국들은 강력한 반대와 함께 가입 협상마저도 꺼리는 형국이다. 터키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 가입 협상을 위한 구체적 일정까지 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코스타스 시미티스 그리스 총리는 이와 관련, EU 기존 회원국들이 당초 제안한2005년 협상 개시안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압둘라 굴 터키 총리는 시미티스 총리와 회동한 뒤 "그 일정은 너무 늦다. 우리는 숙제를 다했다. EU가 더이상 우리에게 클럽의 기준을 준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