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슈트루크 독일 국방장관은 5일 앞으로 독일군 임무의 중점을 국경 방위보다는 대(對)테러전 등 국제적 평화 및 안보 유지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슈트루크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유럽연합(EU) 공동 방위산업의 중추인군용 에어버스 수송기를 비롯한 무기 구매를 대폭 감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무기 도입 축소는 정부의 재정적자에 따라 국방예산도 줄일 수 밖에 없는 사정때문이기도 하지만 국가 안보개념이 변하고 국제적 평화유지 임무가 중요하게 된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슈트루크 장관은 설명했다. 슈트루크 장관은 "우리 나라가 공중과 지상으로부터 또는 국경선을 넘어들어오는 공격으로부터 방위되어야 한다는 시나리오는 더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면서 "새로운 요구에 맞춰, 특히 9.11테러 이후 군의 임무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테러리스트들을 보호하거나 이들의 근거지가 되는 국가들에 맞서 싸울 때만 지켜질 것임을 보여준다고 슈트르크 장관은 밝히면서 미국이 그같은 사례라고 주장했다. 슈트루크 장관의 이같은 독일군 임무 변화 발표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독일의 국방비 및 분담금 증액을 근질기게 요구해왔으나 재정적자때문에 들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줄이게 된 점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미 헬무트 콜 전 총리 집권 당시부터 독일의 달라진 경제적 위치에 걸맞게 국제정치와 안보에서도 역할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혀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적녹연정 1기에는 의무복무 기간 및 군병력축소와 최신 무기 도입을 통한 정예군 양성, 국제사회에서 역할 증대 등을 내용으로하는 국방 개혁안을 초당적으로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아프간 주둔 국제평화유지군(ISAF) 가운데 독일군이 가장 많으며, 보스니아 등 동구권과 아프리카 분쟁지역, 쿠웨이트 등에도 독일군이 파병돼 있다. 슈트루크 장관이 발표한 독일군 역할 변경은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이며 국제사회는 대체로 독일의 기여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나치스를 비롯한 독일의과거 역사 때문에 독일 군사력 강화를 내심 우려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