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누가 뭐래도 한국경제를 끌고 나가는 핵심요소다. 반도체가격 동향에 따라 무역수지가 달라진지 오래됐다. 반도체가격 동향에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반도체시장에선 특별한 움직임이 일었다. 반도체,특히 D램은 상방경직성이 강하다. 원래 가격의 등락이 없고 줄곧 내림세를 보이다가 신제품이 나오면 수명을 다하고 대체된다. 그러나 지난달말과 이달초 반도체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6달러대에 머물던 가격이 9달러대로 뛰어 올랐다. 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과 제품교체 등이 맞물리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의 대형업체들이 메모리제품 생산을 포기하고 하이닉스반도체가 정상적으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절적 수요를 겨냥한 PC메이커의 주문이 몰리면서 반도체가격이 급등했다. 따라서 가격상승은 추세적인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점은 가격 하락이 공급업체의 실적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도체시장의 주도권을 수요업체가 아닌 공급업체가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격동향에 일희일비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다. 물론 최근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매집한 것은 가격상승이 주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꼭 가격때문만은 아니다. 반도체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이달 10일 이후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대우증권 정창원 팀장은 "반도체가격이 단기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규모와 마진율"이라고 말한다. 전체 시장규모가 커지는가 혹은 원가를 줄여 이익을 많이 남기는지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주가전망은 밝다. 시장규모는 핸드폰 디지털TV 등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PC에만 의존하던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컬러핸드폰에는 메모리반도체가 절대적 요소다. 디지털TV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대우증권 정 팀장은 "삼성전자는 기술선도업체로서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동일한 제품을 만들더라도 원가를 낮춰 이익규모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장비 및 부품업체의 경우 내년 투자규모가 확대될 조짐이어서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