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부실채권 정리를 앞두고 일본 은행가에 실직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미즈호 미쓰비시도쿄 UFJ 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 은행들은 25일 △점포 폐쇄 △감원 △임직원 급여 삭감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을 일제히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일본 대형은행들은 내년말까지 2만여명과 5백여개 점포를 정리할 것으로 추정된다. ◆거세지는 감원바람=자산 기준 세계최대 은행그룹인 미즈호는 이날 45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기퇴직제를 도입,전체 직원의 6분의 1인 5천명을 2005년 3월까지 감원하고 88개의 점포도 폐쇄키로 했다. 또 올 겨울 보너스를 12% 줄이는 한편 내년부터 직원 급여를 10% 삭감키로 했다. 가장 많은 점포 문을 닫는 은행은 UFJ로 전체의 21.5%인 1백11개를 폐쇄키로 했다. 미쓰비시도쿄는 감원 및 점포폐쇄를 단행하면서 중간결산 배당은 내년 3월 최종 결산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스미토모 트러스트는 임원급여를 30∼50% 줄이기로 했다. ◆국유은행 나올까=일본 은행들이 이같은 자구책을 실시하는 것은 '치욕스런 국유화'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은행의 부실채권을 떠 안을 경우 이들 은행의 경영권은 정부에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국유화를 피하려면 부실채권 정리에 적극 나서야 하고 이 경우 손실이 대거 발생할 게 뻔해 비용절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경제재정상은 지난달 30일 은행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부실채권 정리가 지지부진한 은행에 대한 국유화 방침을 밝혔다. 다케나카는 특히 "일본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47조엔(3월말 기준)으로 은행들이 밝힌 34조엔보다 13조엔 많다"며 "부실채권을 제대로 평가하는 게 금융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증시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 은행들의 국유화가 단행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지난 주말부터 일본 은행주들이 상승세를 타는 것도 그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FT는 내년 3월 이후 정부가 보유한 은행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는 식으로 부분 국유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주 중 은행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승득 도쿄특파원.오광진 기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