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cho@kotef.or.kr 벤처업계에는 유난히 젊은 회장이 많다. 수년 전 벤처업계가 화려하게 출범하면서 기술 따로 자본 따로로 회사 차리면서 경영권 나누기 차원에서 고위직이 많이 필요해서였는지,아니면 당시 회장 명함 없이는 그 바닥에서 행세를 할 수 없어서였는지 모르겠다. 최 회장은 통신기기를 생산하는 소위 벤처 1세대 기업인으로 비교적 잘 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이제는 제대로 회장 소리 들을 정도의 벤처기업 대표다. 그런데 최 회장은 요즈음 국내에서는 잘 볼 수가 없다. 특히 중국에 가서 살다시피 한다. 옛날 같았으면 선거 때가 되니까 피해 나간다고 하겠지만 이번에는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최 회장이 나가 있는 첫째 이유는 벤처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지 않으면 살길이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변변치 않은 기술 가지고 국내 시장만 겨냥하다 결국 주가폭락으로 쓰러지는 벤처기업 수가 줄지 않고 있다. 또 신기술 신제품이 완성될 단계이지만 자금력에서 뒷심이 없어서 대기업에 그대로 헌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 벤처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 같은 시장은 지금 진출하지 않으면 늦다. 그러니 어느 정도 자리잡은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라도 먼저 가서 진출기반을 닦자는 뜻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에 있으면 요즈음 잘 되는 일도 없고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공정공시제도다. 요즈음 상장이나 등록 기업 경영자들은 국내에서 말 잘못하면 공정공시제도에 그대로 걸려든다. 기자나 투자자들이 회사 형편을 물어보면 대답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이 제도 시행 초기에 억울하게 당하지 말고 속편하게 해외 나가서 곤란한 경우를 좀 피해 보자는 뜻도 있다. 해외에서 자금을 좀 쉽게 구하자는 목적도 있다. 국내 금융기관에서는 돈이 남아 돈다는데 벤처의 '벤'자만 들어가면 은행이나 캐피털에서 외면을 한다. 벤처기업이 불신받을 만도 하지만 그래도 옥석을 구분해서 잘하는 기업들은 도와주어야 할 것 아닌가. 상하이에서 중국시장을 열심히 파고 있는 최 회장은 내년에는 벤처기업들이 그간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꿈을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