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아 기반이 뿌리째 흔들렸던 부산 경제가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 내 기업들과 종금사들의 부도로 인한 충격이 사그러들면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 앞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밤낮으로 기업 살리기에 나선 지역 내 기업인들이 만들어냈다. 기업들도 위기를 기회 삼아 M&A(기업 인수.합병)와 글로벌 전략으로 체력을 강화시켰고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까지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조선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항만산업도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첨단 특화산업의 길을 열어나가고 있다. 전시컨벤션산업도 기반 구축 단계를 이미 지났고 지방은행도 영업이익을 내면서 안정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부산 경제가 부활하는 데에는 강병중 부산상의 회장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삼성자동차를 살려내고 선물거래소를 유치함으로써 산업구조를 안정시켜 지역경제 회생의 불을 지폈다. 강 회장은 부산을 국제 금융도시와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고 신항만을 개발하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다. 넥센의 오너이기도 한 그는 외환위기 이후 공격 경영에 나서 넥센타이어와 부산방송을 사들여 성장시키며 성공한 지역 경제인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인디언 브랜드로 유명한 세정의 박순호 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영에 나섰다. 중국 칭다오에 1천2백30만달러를 투자해 악기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곳에 피아노와 기타 생산공장을 갖춰 중국 시장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이정우 동아지질 회장도 토목 분야 국내 최고의 기술을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3백억원대의 싱가포르 킴 추앙 대로의 관로공사 등을 단독 수주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문 건설업체중 매출 1위를 기록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받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장복만 동원개발 회장도 다른 지역 공략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 수서와 경기 안산, 양산 등에 3만여가구의 아파트를 지으면서 부산 건설업계의 리더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원길 서원유통 회장은 20년간 지역유통업의 명맥을 지켜오고 있다. 무리한 차입경영과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했던 내로라하던 유통업체들이 외환위기 직후 무더기로 무너졌다. 그렇지만 이 회장은 오히려 LG유통 부산지점 등을 인수하면서 세를 불려 나갔다. 밀양, 거제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올해 매출 6천3백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조용호 비락 사장은 '우유 한 방울에도 장인 정신을 담겠다'는 기업가 정신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 96년 말 취임 이후 3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 놓았다. 1천%가 넘는 부채비율도 50%까지 뚝 떨어뜨리는 경영 능력을 발휘해 올해 부산시민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종석 오리엔탈 사장은 데크 하우스(선박의 선실)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실적을 거둬 조선도시 부산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은탑 산업훈장을 받은 서 사장은 '고객 제일의 선박 상부구조 회사'를 경영목표로 꼽는다. 최장림 토탈소프트뱅크 사장은 항만운영 시스템에서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인물이다. 선적화 시스템과 지능형 터미널 운영시스템 등을 만들어 국내외 대형 항만에 설치,세계적 명성을 이미 확보했다. 정해수 벡스코 사장은 부산전시컨벤션산업을 이끌고 있다. 월드컵 조(組) 추첨과 부산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형 행사를 통해 부산을 알리고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심훈 부산은행장은 지난해 최대 현안이었던 3조원 규모의 부산시금고 유치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5백23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1천3백2억원을 남겼다. 올해 순이익 1천5백억원 달성이 예상될 정도로 우량 은행으로서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