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MRO(대표 이견)는 시설물을 유지(M:maintenance)하고 보수(R:repair)하거나 사무실을 운영(O:operation)하는데 필요한 자재와 소모품 등을 구매 대행하는 회사다. 지난 97년 LG유통의 전자상거래팀으로 출발했지만 규모가 커져 올초 별도 계열사로 독립했다. LG 계열사지만 그룹 관련 거래만 하는게 아니다. 이 회사에 구매를 맡기고 있는 업체는 2백67개나 된다. 삼양사 해태유통 대림산업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고객사다. 취급상품은 모두 41만4천개 아이템. 볼트 너트 등 흔한 소모성 부품부터 볼펜 책상 프린터 등 사무용품 및 기기,공장 및 건설용 소모자재 등 다루지 않는 상품이 거의 없다. LG MRO는 고객사들로부터 받은 주문을 바탕으로 국내외 2천7백여개업체로부터 물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 회사에 구매를 맡긴 고객사들은 구매부서를 아예 없애거나 담당자 한 두 명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필요할 때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면 된다. 소모품 창고도 필요 없어졌다. 결국 대량구매를 통해 물건을 구할 수 있어 구매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됐고 재고비용과 물류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LG MRO는 기업의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자원조달)이 늘어나면서 대형화된 구매전문 아웃소싱기업이다. "주식회사 구매부"인 셈이다. 기업에서 지원부문이 사라져가고 있다.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비핵심부문은 더 잘하는 외부업체에 맡기는 "선택과 집중"의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골간을 이루던 지원 기능이 서서히 회사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구매는 물론 인사 노무 회계 전산 등의 기능이 본사에서 버려지면서 이 기능을 대신 해주는 전문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식회사 총무부" "주식회사 인사부" "주식회사 전산부"가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가 구매대행 아웃소싱이다. 엔투비(대표 김봉관) 아이마켓코리아(대표 현만영) 코리아e플랫폼(대표 이우석) 등 대기업에 뿌리를 둔 회사들을 비롯해 줄잡아 30여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규모도 작지 않다. 엔투비는 포스코를 비롯,80개 회사의 구매를 대행하고 있고 거래규모도 올들어 11월까지 1천9백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70개 회원사를 두고 연매출 8천억원을 올리고 있는 아이마켓코리아는 자재를 해외에서도 구매할 뿐 아니라 해외업체에 대한 서비스에도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LG MRO도 올 매출목표가 4천억원에 달한다. "주식회사 구매부"가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효과가 당장 확실한 숫자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사업무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늘고 있다. 휴먼파트너(대표 임도균)는 CJ주식회사(옛 제일제당)에서 지난해 3월 급여지급,사회보험,카페테리아 복리후생 업무 등 일부 인사부문을 떼내 분사했다. LG전자에서 지난 98년 분사한 (주)휴먼풀은 지금은 LG전자 뿐 아니라 7개 기업,10개 사업분야에 7백여명의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올 매출목표는 2백억원이다. 스탭스(대표 박천웅)는 지난 98년 10월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인사 및 총무분야 업무대행업체로 종합채용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매티코리아처럼 세무.회계작업을 전문 대행해주는 회사와,우리노무법인과 같이 노무분야만 맡아 처리해주는 아웃소싱 기업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산 아웃소싱은 액센츄어를 비롯한 정보통신(IT) 및 종합컨설팅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한봉훈 액센츄어코리아 대표는 "장기적으론 비핵심 분야 모두가 아웃소싱의 대상이 되겠지만 특히 전산 인사 회계 등 프로세스 부문의 아웃소싱 수요는 수 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