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21정몽준(鄭夢準) 후보간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선거과정에서 양측의 공조관계와각당의 운명은 누구로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현역의원이 정 후보 1명뿐인 통합 21의 당세로 볼 때통합 21은 독립적인 정치적 실체로 활동하기 보다는 민주당과 연대.통합.흡수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민주당은 세력축소가 있더라도 정통 민주화 세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동교동계와 개혁세력 등 `순혈주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의 실체와 뿌리를 유지해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당 = 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민주당은 그동안의 내분 상황을 완전 해소하고 노 후보 중심 체제를 확고하게 굳힐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 역시 당내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포용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며, 이과정에서 정대철 선대위원장과 김원기 김상현 고문 등의 적극적인 역할이 예상된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인사중 상당수가 복당하고, 탈당설이 나돌았던 비노(非盧)중진들도 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모양새를 취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강경 반노(反盧) 인사들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대선 이후 당 주도권 확보에 관심을 쏟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결속도가 커지고,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흡입력도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 후보가 경남 출신으로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등 부산.영남에확실한 연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질수록 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에 비해 `반(反) 이회창(李會昌) 연대'의 폭은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노 후보의 이념과 정책성향이 분명하고 특히 충청권 표심을 끌어들일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이인제(李仁濟) 의원과의 화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하나로국민연합의 이한동(李漢東) 후보와의 관계 설정은 노 후보의 본선 득표력에 영향을미칠 변수중 하나로 꼽힌다.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통합 21은 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세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존립의 위기를 겪게될 것이라는 우려가 통합 21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 탈당, 통합 21에 합류한 인사들은 민주당과 합쳐도 소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어 후단협, 자민련 등과 함께 `반창(反昌).반노(反盧)' 성향의 제3신당을추진할 개연성이 있다. 다만 정 후보가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둘 경우 독자생존을 고집하며 반창.반노 세력을 통합21에 끌어들여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통합 21 = 통합21은 정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반(反) 이회창 연대'의 성사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 후보, 민주당 이인제 의원,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 장세동 (張世東) 전 안기부장 등이반창연대의 틀속에 들어갈 예비군으로 지목된다. 통합 21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3세력과의 광범위한 사전접촉을 벌여왔다. 정 후보는 최근 후단협 최명헌(崔明憲) 회장과 만나 공동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고, 김종필 총재와도 여러 채널로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21은 이를 통해 교섭단체 수준(20명)의 현역의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보고 있다. 이같이 되면, 공동선대위를 구성키로 합의한 민주당까지 포함해 이념적으론 개혁과 보수를 아우르고, 지역적으론 호남.충청은 물론 영남 일부 세력까지 포괄하게된다. 한 핵심관계자는 "정 후보로 단일화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지지기반을 상당히 잠식당할 것"이라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 후보는 노 후보 지지자의60% 가량을 끌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은 합당 보다는 정책연대를 통해 선거전에서 공동보조를 취해나갈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오랜 정당 역사나 구성원의 성격상 이념과 정책에서 정 후보와 '화학적 결합'을 하기 어려운 면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내 중도보수 성향 의원 등 정 후보를 선호하는 세력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대거 통합 21로 당적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민주당이 친(親) 노무현 성향의 의원들을 주축으로 축소재편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정 후보가 협력 파트너인 민주당 의원들을 영입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기때문에 의원 이적은 최소인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맹찬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