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엔 대 이라크 결의안에 전폭적 지지를표시했지만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 전쟁의 아픈 곳을 건드려 주목을 끌었다. 부시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남부 푸슈킨 시 에카테리나 궁에서 열린 회담을 마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알 카에다의 걸프 지역 책임자 아브드 알-라힘알-나시리의 체포를 미국 주도의 대 테러 연합의 성공 사례로 꼽았다. 푸틴 대통령은 부시의 이런 발언이 나온 뒤 " 오사마 빈 라덴은 어디에 숨어 있냐"고 말을 꺼내면서 미국의 대 테러전 동맹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에 은신해 있다는보도를 지적하고 페레베즈 무사랴프 파키스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역내 안정을 위해 무샤라프 대통령이 충분히 노력했는지엔 의문을 표시했다. 푸틴은 특히 파키스탄에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해 중무장한 군대가 있는 등 우려할 상황임을 지적했다.푸틴은 비공식석상에서 파키스탄 군 지도부를 "핵무기를 가진혁명정권"으로 언급하는 등 파키스탄을 대테러 동맹국으로 선택한 데 대해 불편한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사우디를 겨냥. "테러리즘에 자금을 제공한 사람들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9.11 테러범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시민임을 지적하고 " 이런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푸틴의 발언에 언급을 피한 채 회담에서 개인적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솔직한 대화를 나눈 점을 강조한 뒤 "이제 비행기에 올라야한다"면서 서둘러기자회견을 끝맺었다. 푸틴의 갑작스런 이날 발언은 미국의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근 빈 라덴 육성 테이프의 출현으로 당황해 있는 미국 관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