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스님 24명의 삶과 구도행을 소설형식으로 정리한 '고승열전' 시리즈(윤청광 지음,전24권,각권 1만원)가 나왔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으로부터 자장율사,원효·의상대사,경허,용성,만공,한암,효봉,금오,청담 등 고려 조선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정신적 지표가 됐던 고승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불교방송에 같은 제목으로 방송돼 불교 신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내용들이다. 각권마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향은 제 몸 태워 온 세상 향기롭네'(아도화상) '버리고 사는 마음 그 마음이 부처일세'(겸익 스님) '마지막 입는 옷엔 주머니가 없네'(만암 스님) '한 생각 돌리면 천하가 다 내것일세'(금오 스님)…. 아도화상(1권)은 대중들에게 "합장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강조한다. 걱정되는 일을 당했을 때에도,놀랐을 적에도,남편이 속을 썩일 때에도,아내가 미워 죽겠을 적에도 합장하라고 한다. 그러면 근심 걱정 미움과 원망이 모두 사라진다고 한다. 아도화상은 이렇게 제안한다. 한국의 근대불교를 중흥시킨 만공 스님(14권)은 어느날 혜암 스님과 함께 수덕사 법당에서 불상을 쳐다보다 "허허,부처님 젖통이 저렇게 크시니 수좌들 약식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고 했다. 혜암 스님이 "하오나 스님,무슨 복으로 부처님 젖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걱정하자 만공 스님은 이렇게 일갈했다. "그대는 부처님을 건드리기만 하고 아직 젖을 먹지는 못하는구나." 저자 윤청광씨는 MBC에서 '오발탄''신문고''세계 속의 한국인' 등의 방송원고를 썼던 작가. 대화체로 이어지는 고승들의 삶과 가르침,일화들이 일반인의 눈높이로 잘 정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