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인 기업인들의 야반도주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된 노동자들이 퇴직금 지불 등을 요구하며 수 개월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카르타 인근 공단지역 탕그랑 소재 한국인 투자 기업 4곳의 돌연 폐업으로 직장을 상실한 노동자 수 천명은 11일 탕그랑 라야 르곡 지역에 모여 체불 퇴직금의 조속한 정산을 요구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노동자들은 "우리는 다음달 6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 르바란 축제때 귀향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 공장 재산이 매각되면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회사측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공장의 경우 한국인 업주가 퇴직금 및 체불 임금을 지불키로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록 공장에 나타나지 않자 원자재나 미완성 상품을 직접 내다파는 현상까지벌어지고 있다. 봉제업체 K사의 한 여직원은 "공장이 지난 8월 문을 닫을 당시 9월까지 퇴직금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노동자 700명중 일부는 참다못해 의류와 귀중품을 매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제업체 C사의 직원 500여명은 11일 노동부 지방 사무소로 몰려가 "한국인업주가 퇴직금 명목으로 월 기본급의 50%를 제시했으나 우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이 회사 직원 리나는 "업주가 지난 달 25일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이 공장 문을 닫았다. 장기 근속자들의 퇴직금과 르바란과 크리스마스 보너스 지불을 피하기 위한위장 폐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성토했다. 한국인 업주의 폐업으로 실업자가 된 노동자 수백명은 지난 8일 오전 11시께 자카르타 주재 한국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대사관측이 도와달라고 요구하며 5시간 가량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최저임금 급등과 수출 주문감소 등으로 수출 업체들의 경영난이 악화돼 봉제와 완구,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10여개 한국인 기업들이 노동자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채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 특파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