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6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중국산 필로폰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시킨 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마약수사부(부장검사 정선태)는 3일 필로폰 밀수.밀매조직 10개파 2백24명을 적발, 설일남씨(55) 등 1백6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모씨 등 5명은 불구속 기소했고 장모씨(52.여.중국인) 등 57명을 수배했다.

검찰은 인적사항이 확인된 추가 관련자 6백여명을 연내에 검거할 계획이다.

검찰은 마약을 국내에 들여오기만 하면 중국 현지 구입가의 5∼10배에 달하는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동포나 보따리상들이 마약거래에 손을 대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사상 최대 조직 검거 =이번에 적발된 마약조직은 중국에서 마약을 국내로 반입하는 '밀수조직' 5개파(우현식파 박태운파 설일남파 강영철파 윤창석파)와 이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밀매조직' 5개파(김재호.윤주종파 황상철파 이현재파 정상화파 강무길파)다.

밀수조직이 항공기나 배를 통해 마약을 국내로 반입하면 국내 밀매조직이 이를 퀵서비스와 택배,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중간판매책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필로폰은 최종적으로 소매상을 통해 마약소비자에게 넘겨진다.

이 중 설씨는 '필로폰 대부'로 불리는 마약계 거물이며 '강영철파'는 홍콩에 거점을 둔 국제마약조직 '프랭크추이파'와 연결돼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국내 판매상인 김재호.윤주종파는 최근 활동 중인 마약조직 가운데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2000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밀반입해 유통시킨 필로폰은 모두 48㎏.

이는 국내 마약거래량의 20%에 해당하는 양으로 1백60만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라고 검찰은 밝혔다.

소매가로는 2천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 여파로 마약 공급 루트가 대부분 차단돼 1회 투약분(0.03g)에 7만∼8만원 수준이던 필로폰 소매가격이 최근 15만원선으로 2배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 보따리상도 밀반입 =검찰은 조사결과 중국동포와 보따리상들도 필로폰 밀조조직과 결탁해 밀반입에 가담하는 사례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마약 관련 범죄를 한 번도 저지른 적이 없는 중국 관련 사업가들이 밀수에 뛰어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마약상'이 되는 이유는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

중국에서 8백만∼1천5백만원에 거래되는 필로폰 1㎏을 국내에 들여오기만 하면 8천만∼1억원으로 최고 10배 가량 값이 뛴다.

검찰은 중국 공안부와 협조,이들을 비롯한 마약상들을 중국 현지에서 검거하는 대로 국내로 인도받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