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1일 CNN 인터넷판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군사력 우위를 앞세워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외교, 국방 등 다방면에 걸쳐 조용하지만 내실있는 대응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특히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의회에 제출한 선제공격 위주의 국가안보전략에 경각심을 높이고 전방위적인 대응태세에 들어갔다. ◇외견상 온건전략= 베이징 당국은 일단 미국과의 직접 대결은 피한다는 전략이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지도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면서도 대(對) 이라크 무력사용 여부를 둘러싼 외교전 일선에 러시아,프랑스, 독일이 나서도록 하고 정작 자신은 제2선에 머물러 있기로 결정했다고 중국 외교관련 싱크탱크 소식통들이 전했다. 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미국이 대(對) 이라크 무력사용에 대한 결의안을 유엔에 상정하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대해 중국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온건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공산당 선전부는 관영 언론은 물론 학자와 간부들에 대해서도 국수적이고, 반미적인 내용의 논평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교 외교= 미국의 일방주의와 중국 억제정책에 맞서려는 중국 지도부의 확고한 의지는 외교정책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주룽지(朱鎔基) 국무원 총리는 지난주 유럽 순방에서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우세에 대한 평형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인기가 더 높은 주 총리는 파리에서 유럽은 중국에 대한 무기와 군수기술 판매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외환보유고가 넉넉하고 평화애호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만에 무기를 팔지 말고 전량을 자국에 판매해달라고 주문했다. 주 총리의 유럽순방에는 류지빈(劉積斌)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 주임이 수행했다. 중국의 무기 연구와 구매를 총괄하고 있는 류 주임은 이번 방문에서 유럽의 국방관계자와 군수산업 관계자들과 장시간 회담을 갖고 강력한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총리가 다극화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을 순방한 것과 때를 같이해 미국의 봉쇄정책이 맞서기 위해 이웃국가들과의 선린 우호관계를 강화하려는 외교노력도 병행됐다. 장 주석은 최근 중.일 수교 30주년을 맞아 일본의 중국 침략을 상기시키면서도 비교적 유화적인 목소리로 21세기에 양국이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79년 전쟁을 벌였던 베트남과 미래지향적인 선린 우호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주 총리의 외교 행각도 아셈회의에서 목격됐다. 츠하오텐(遲浩田) 국방장관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을 돌며 군사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대양해군.강군 추진= 인민 해방군 해군 함대는 지난주 중국 사상 처음으로 세계 일주 항해를 마치고 귀국, 숙원이던 대양해군 육성에 이정표를 세웠다. 해방군은 또 동부 연안지방에서 최근 끝난 6개월간의 대규모 군사훈련에서 첨단전투기들과 잠수함을 선보였다. 이번 훈련은 ▲스텔스 전투기 공격 ▲크루즈 미사일 공격 ▲무장 헬기공격 등 3개 공격 목표와 ▲미사일 공격 방어 ▲전자 교란 방어 ▲적 정찰기와 함정의 정찰방어 등 3개 방어 목표에 중점을 뒀다고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 문회보(文匯報)가 보도했다. 중국 군부는 미국이 더 이상 군사기술을 자국에 이전하지 않을 것에 대비, 이미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류의 공급선을 확보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