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는 29일 미국의 압력에 굴복,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무카타)에 대한 봉쇄를 완화하고청사 주변에 배치된 탱크와 병력을 철수했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청사안에 은신해 있는 테러 용의자들의 도주를 막고 이들을끝까지 검거하기 위해 청사 지근 거리에 병력을 계속 배치키로 했다. 청사 내에서 11일째 사실상의 연금 생활을 해온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의 철군이 `눈가림 조치'에 불과하며 봉쇄 해제를 촉구한 유엔 안보리결의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1시께 아라파트 수반이 갇혀있는 청사 본관 주변에 배치된 병력과 함께 탱크 4대와 장갑차 10여대, 불도저 등를 모두 철수시켰다. 이스라엘군은 그러나 청사내의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청사 주변의 도로 장애물은 원래 위치에 그대로 남겨두었으며, 청사로부터 약 100m 떨어진 지점에검문소를 설치했다. 또 청사 내 건물들에 게양됐던 이스라엘 국기도 내려졌다. 병력 철수는 아리엘 샤론 총리 주재로 열린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봉쇄 해제를결정한 직후 단행됐다. 샤론 총리는 회의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을 감안해무카타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라는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는 이와관련, 샤론 총리와 벤 엘리저 국방장관,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 모셰 야알론 군참모총장이 병력 철수를 결정했다고 전하고 그러나 병력이 청사에서 어느정도까지 물러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라아난 기신 총리실 대변인은 "군병력을 무카타 주변에서 철수할 것이며 수배자들이 자유롭게 도주할수 없도록 감시할수 있는 거리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까지 철수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팔레스타인 정보총책인 타우피크 티라위 등 청사내에 은신중인 테러 용의자 20여명의 도주를 막기위해 이스라엘군 저격병들이 청사 본관을 계속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나빌 샤스 대외협력 장관의 논평을 통해 이스라엘군의조치가 "위장 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그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사회의요구를 받아들여 자치지역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라파트 수반도 이스라엘군의 봉쇄 완화 후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은 유엔안보리를 속이려 한다"며 이스라엘측에 봉쇄 완전 해제를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무카타 봉쇄 완화조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샤론 총리에게봉쇄를 조속히 해제토록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뒤 이뤄졌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분석했다. 하아레츠지는 미국의 압력과 함께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의 사퇴 경고가 샤론 총리의 병력 철수 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주 이스라엘군의 라말라 청사 봉쇄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미국의 기권으로 통과시켰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압박 공세로 유엔에서 대이라크 군사공격 결의를 채택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 이스라엘에 철수 압력을 가해왔다. 한편 샤론 총리는 사흘간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기 이날 늦게 모스크바로 떠난다.샤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개혁방안,미국의 대이라크 군사공격 계획, 대량살상무기 확산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보도했다.(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