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기적인 식량 확보 대책의 하나로 유전자조작(Genetically Modified Organism·GMO) 농축산물을 개발 중이며 이 가운데 몇 가지는 4∼5년 안에 상용화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다. GMO는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강화를 위해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이다. 1996년부터 널리 재배된 미국 몬샌토사의 유전자 조작 콩 '라운드업 레디'가 대표적이며 현재 세계적으로 콩 옥수수 감자 등 50여 품목, 국내에도 30가지 이상 유통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2001년 콩밭에 뿌린 종자의 68%가 라운드업 레디이고 슈퍼마켓 판매식품의 절반이상이 GMO를 함유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GMO의 재배와 유통을 반대하는 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유럽의 환경론자들은 GMO곡물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으로 부르고,그린피스는 지난해 프랑스 정부에 라운드업 레디 콩의 수입 금지를 촉구했다. 일본에선 지난해부터 GMO식품 표시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된장 등 장류는 비GMO로 만들고,거버와 하인즈는 유아식에 GMO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체 유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데다 생태계 교란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반대 이유다. 이질 유전자가 문제를 안 일으킨다는 보장이 없고 나아가 라운드업 레디처럼 제초제에 대한 내성이 강한 GMO 식물이 야생종과 교배될 경우 제초제가 소용없는 '슈퍼 잡초'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이미 멕시코 산간에서 채집한 야생 옥수수 및 그 지역에서 판매되는 일반 옥수수에서 몬샌토사의 GMO 옥수수와 같은 외래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보고다. 변형된 유전자가 침입하면 야생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지만 수확과 보존에서 뛰어난 GMO의 유용성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라운드업 레디를 심으려면 종자값과 함께 기술료도 내야 하거니와 종자전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개발과 안전시험 도중 환경 및 인체에 대한 유해 여부를 철저히 규명,소비자들의 미심쩍은 마음을 해소시켜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