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4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증시 환경이 특별히 달라진 게 없고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외국인의 최근 행보는 뜻밖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머징마켓 국가의 채권위험도가 낮아지고 있어 자금이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미국시장의 반등도 향후 주가 움직임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시장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전쟁 리스크만 없다면 전고점인 750선을 상향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환점에 다다른 외국인 투자자금=한국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자금동향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머징마켓 채권 스프레드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머징마켓 채권스프레드는 쉽게 말해 투자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중 하나다. 이머징마켓의 국채금리에서 선진국의 국채금리를 뺀 값을 말한다. 이같은 스프레드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이머징마켓에 돈을 넣었을 때 위험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4월부터 이 스프레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3%(3백bp)에서 5%(5백bp)이상으로 뛰었다. 이는 지난해 9·11테러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투자 위험도가 이처럼 급격히 올라가면서 이머징마켓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속하게 빠져나갔다. 이머징마켓의 주가 급락을 가져온 주요인이다. 실제 같은 기간 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760에서 560선으로 폭락했다. 그러나 최근 이 추세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 안선영 연구위원은 "이머징마켓 스프레드뿐 아니라 각종 리스크 선호도지표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며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이같은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자금유입은 지속될까=미국-이라크간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상식적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움직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국인이 올들어 국내 시장에서 5조2천6백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점에서 보면 매수여력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동원증권 강 팀장은 "미국시장이 안정을 찾고 삼성전자 등의 실적호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전쟁 가능성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더이상 추세적으로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하나=크레디리요네 김현기 상무는 "외국인들은 회사가치가 높은 종목중 그동안 편입비율이 급속히 낮아졌던 삼성전자 POSCO 등을 선별적으로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매매규모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삼성전자 KT POSCO 등을 사들였지만 순매수 규모는 많은 편이 아니었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국제자금 동향에 민감하게 따라다니는 자금은 주로 대형주에 투자하는 돈이라는 점에서 역시 대형우량주 중심의 매수세가 강하게 일고 있다"며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750선을 다시 뚫고 올라갈 수 있을지 여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