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연 북한축구는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북한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경기에서 빠른 스피드와 '강철체력'을 압세운 압박축구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3-5-2 시스템을 기본 축으로 공격수들의 위치에 수시로 변화를 준 북한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완벽한 조직력속에 공수에서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공격진 대부분이 1-2명은 제칠 수 있는 개인기와 드리블 능력을 보유한 북한은 특히 빠른 공수전환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공격시에는 정확하고 오밀조밀한 패스로 한국 수비진을 교란했는 데 특히 2:1 월패스에 이어 빠른 발을 이용한 좌우 측면돌파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미드필드 또는 수비지역에서 볼을 차단한 뒤 감행하는 역습도 한국 수비진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북한의 공격루트가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은 전반 4분. 처진스트라이커 김영수가 한국진영 중앙에서 역습으로 이어진 볼을 받아 왼쪽 빈공간으로 찔러준 것을 전영철이 질풍같이 달려들며 잡은 뒤 슈팅으로 연결, 한국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북한은 이후에도 예리한 패스에 이은 측면돌파로 수차례 찬스를 엮어냈다. 발재간은 물론 폭발적인 스피드를 지닌 김영수와 왼쪽 날개로 기용된 리경은은 위치를 바꿔가며 한국 문전을 공략하기도 했다. 주장 리만철이 이끄는 수비는 스리백을 기본으로 하되 수세 때에는 측면 미드필더들이 가세, 5명으로 방어막을 쌓았다. 힘과 투지로 미드필드부터 한국의 공격수들을 압박한 가운데 수비수들은 협력플레이와 몸을 사리지않는 터프한 경기운영으로 공격을 차단하는가 하면 제공권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 공격의 트레이드마크인 측면 돌파도 활기를 띠지 못했다. 다만 후반 중반 이후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찬스를 내주고 센터링 등 세트플레이 수비 때 뒤에서 돌아들어오는 공격수를 묶지 못하는 약점도 드러냈다. 그러나 '옥에 티' 수준일 뿐 90분 내내 뛰고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운 북한의 공격과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서 세대교체 후 올해 킹스컵대회 우승 상승세의 북한 역시 한국, 일본과 함께 부산아시안게임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