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전면전에 나섰다. 정부는 4일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세제와 금융 건설 교육 등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대부분 동원한 강도 높은 대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계부처간 불협화음이 새어나오는 등 문제점도 드러났다. 교육과 지방세부문에서는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는데 실패했다. 여론과 시장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상실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강도높은 부동산 안정대책 정부는 투기적인 주택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아파트 청약1순위 요건을 강화하고 양도세 감면기준을 대폭 축소했다. 고급주택 면적기준을 낮춰 실질적인 세금부담을 강화하고 탈세혐의 투기꾼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의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판교 신도시와 화성 동탄지구 등의 택지개발을 예정보다 앞당기고 서울 강남에 필적하는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 등이다. 금융회사들이 주택담보대출시 담보비율을 낮추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산세를 더 많이 부과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같은 정책들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처간 떠넘기기 여전 이번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국세청 등이 주도했다. 행정자치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경부는 재산세 과세표준액을 현실화해 세금을 더 많이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2평형의 1년치 재산세가 4만2천원"이라며 "지방 중소도시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보다도 재산세가 적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산세 산정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자치부는 그러나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는 이유로 이번에 재산세 과세강화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재경부와 행자부는 재산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에만 합의를 했을뿐 상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가 따로 발표키로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고교평준화가 강남지역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대책은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외국인학교를 적극 유치한다'는 종전 수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책일관성 부재 정부의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청약1순위 자격이 강화됨에 따라 이번에 1백여만명이 1순위에서 빠지게 됐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주택청약통장에 가입한 사람들은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됐다. 내년 6월까지 적용키로 했던 신축주택 양도세 면제혜택도 대폭 축소돼 올해말과 내년초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