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正史)에 있는 기록조차 찾아보지 않고 단군조선을 신화로 치부하고 부정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의 한 연립주택 2층에 자리잡은 민족문화연구원.한학자이며 역사학자인 심백강 원장(46)은 강단 사학자들이 사료를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단군조선의 역사적 실재를 부정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심 원장이 지난해부터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국내외 사료를 망라해 단군조선에 관한 기록을 찾아내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지난해 '조선왕조실록중의 단군사료' 등 3권의 자료집을 학술총서 형식으로 낸 심 원장은 최근 '사고전서(四庫全書)중의 단군사료' '조선왕조실록중의 기자(箕子)사료' 등 4권의 자료집을 또 냈다. "강단사학이든 재야사학이든 사료를 가지고 주장해야 합니다. 특히 국내 사료만으로는 상고사를 연구하기에 부족합니다. 시경 서경 춘추 좌전 등 중국 고전이 다 역사서인데 거기서 우리 역사의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이 없었어요. 한민족의 출발을 한반도에 국한시키려는 좁은 인식때문이지요." 심 원장은 중국 고전에 우리와 관련한 사료가 더 많다고 지적한다. 청나라 건륭제때 7만9천여권의 방대한 동양고전 자료를 수록한 사고전서는 이런 사료의 보고(寶庫)다. 단군,동이(東夷),'동이는 조선'이라는 말을 사고전서 곳곳에서 찾아냈다. "경사자집(經史子集)으로 구성된 사고전서에는 단군에 관한 기록이 '御定歷代賦彙(어정역대부휘)'등 모두 9종류나 있어요. 국내에선 단군 및 고조선을 포함한 상고사 관련 자료가 일제식민통치를 거치며 완전 말살된 상황이므로 국내외 자료를 광범하게 수집,분석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심 원장은 특히 일본 사학자들이 조선 역사의 기원을 일본보다 짧게 만들기 위해 단군조선 1천년을 신화로 치부하며 잘라내고 기자조선에 대해서는 아예 역사적 실재마저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에 낸 '조선왕조실록중의 기자사료'를 보면 조선왕조까지는 기자조선의 실재를 언급한 사례가 숱하게 나와 있다. "동이의 역사는 한반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만주와 요령,요동,산동지방까지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에 걸쳐 전개됐습니다. 중국에는 이를 입증하는 기록이 무수한데 우리는 아직도 삼국유사의 테두리에 갇혀있어요. 앞으로 중국고전에서 동이,삼한,고(古)한국에 관한 사료를 찾아내 우리 상고사를 복원할 작정입니다." 심 원장은 이같은 상고사 관련 자료집을 30권 가량 내 사료에 관한 논란을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6억원 이상 들어갈 비용이다. 그는 "사극 한편 만드는 데 1백억∼2백억원씩 든다는데 고대사 정립의 기초작업을 위해 누군가 그 10분의 1이라도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031)771-2546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