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중심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를 통한 외형 확장보다는 부채 및 비용을 줄이는데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사업 구조조정이 확산,보편화되면서 불요불급한 고정자산을 팔아치우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98년 5.6%선이던 상장기업 영업이익율은 올 상반기 7.8%로 높아졌다.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1백13%를 기록,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98년의 2백54%에 비해 절반수준 아래로 떨어졌다. 6월말현재 상장사 중에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들어간 곳이 1백개사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회계부정 사건과 함께 급락한 상황에서도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을 꿋꿋히 지킨 뒤 750선까지 뛰어오르는 뒷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국내 기업의 '수익경영' 덕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확산되는 이익경영=국내 기업들은 올 상반기중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12월 결산법인 상장사의 경우 상반기 매출(2백조53조원)은 작년 동기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20조5억원)은 전년동기대비 10.7% 증가했다. 특히 순이익은 1백56.7%나 급증한 17조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5.4%이던 제조업체 영업이익율은 올 상반기 7.8%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3년간 줄곧 2%대에 머물렀던 제조업체 순이익율도 6%대로 급등했다. 정보기술(IT) 벤처업체가 주로 소속돼 있는 코스닥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12월 결산법인 코스닥기업의 올상반기 매출액은 17% 늘어났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1%와 51% 증가했다. 조홍래 동원증권 이사(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섬과 동시에 경영의 초점을 철저히 수익에 맞춰온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의 부채규모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3년전 2백50%가 넘었던 상장사와 코스닥 등록기업의 부채비율은 모두 1백% 안팎으로 떨어졌다. 상시화된 구조조정=수익경영이 자리잡으면서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구조조정은 필요할 때 하는 일시적인 전략이 아닌 상시적 기업 경영 수단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국내 상장사들이 매각한 고정자산은 1조1천6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 기간중 새로 사들인 자산은 5천억원에 불과하다. 대우증권 한화석유화학 동양메이저 동부정밀화학 등이 보유자산을 비교적 많이 처분했다. 재무구조 개선이나 사업구조조정이 주목적이었다. 기업의 자산매각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고 있다. 지난97년 2백88억원에 그쳤던 순처분 고정자산액은 98년 2천2백억원,2000년 4천6백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1조3천9백억원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경상이익에 비해 순이익 증가율이 높은 것도 이같은 자산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주가는 수익을 먹고 자란다=조 이사는 "변하지 않는 주식투자의 첫번째 잣대는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올 상반기 순이익을 많이 낸 상위 20개사 가운데 올들어 주가(9월2일 종가기준)가 오른 기업은 14개사에 달했다. 특히 신세계의 주가는 올들어 70% 가까이 뛰었으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진해운 SK글로벌 등도 주가 상승폭이 컸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초와 비슷한 수준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역시 "주가는 수익의 결과물"이라는 증시격언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조 이사는 "투자한 돈을 얼마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가를 가리키는 자기자본이익율(ROE)이 높은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 상위그룹에 포함된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SK텔레콤 등 주요 기업의 ROE는 15~20%선에 이르고 있다. 전망과 과제=전문가들은 수익경영이 결국 주주 중시 경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부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보다 빨라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시각은 최근의 수익경영이 기업 투명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팽창 지상주의가 주류를 이루던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국내 기업들은 계열사 늘리기에 앞다퉈 나섰었다. 그 결과 내부자거래가 성행했고 경영의 투명성은 땅에 떨어졌었다. 외국투자자가 국내 기업의 가치를 크게 절하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적자 계열사와 비수익 사업부문은 과감해 잘라내면서 독자적인 알짜기업의 변신을 시도하는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사내 이익잉여금이 증가하면서 금강고려화학 삼성SDI 세종공업 코메론 대동스틸 등은 중간배당에 나서는 등 주주중시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수익중시 경영의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익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잠재 성장성을 키우지 못하는 등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