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국제무용축제로 자리잡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02'(조직위원장 허영일. 집행위원장 이종호)가 9월 30일 막을 연다. 올해는 해외 22개국 14개 단체와 국내 24개 단체를 불러모아 10월 24일까지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호암아트홀, 국립국악원 등에서 춤의 향연을 펼친다. 이번에 5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길지 않은 이력에도 불구, 예술성과 대중성의조화를 통해 세계 무용계의 조류를 착실히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국내 무용관객의저변 확대에도 기여하면서 국내 최고의 무용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의 특징은 춤과 테크놀로지의 결합 등 세계 무용계의 새 사조를접할 수 있는 작품들과 함께 음악, 뮤지컬 등 인접 장르를 끌어들여 춤언어의 확장을 꾀한 작품들로 꾸몄다는 것. 또 그간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러시아 현대무용을 처음 소개한다. 지난해 이 축제가 초청해 무용계의 최대 화제작이 됐던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같은 '거물급'은 눈에 띄지 않지만 참가작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면 기대작들이 눈에 띈다. 출범 때부터 무용계의 고질병인 '집안잔치'의 탈피를 표방해온만큼 대중성을 높여 본격적인 '보통 관객들의 축제'로 정착시키겠다는 의도의 반영이다. 먼저 올가 포나가 이끄는 첼랴빈스크 현대무용단의 「자연스케치」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러시아 현대무용이다. 그동안 러시아의 고전발레나 현대발레는 어느 정도 소개됐지만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인식돼온 러시아 현대무용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이 작품은 보리스 에이프만, 「스노쇼」「검은 수사」 등이 받았던 러시아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골든마스크상을 현대무용으로는 처음수상한(2001년) 화제작이다. 공연에서는 「자연스케치」외 1편이 선보이며 포나와 함께 작업하기도 했던 재독 한국인 무용가 김윤정도 같은 무대에 올라 「미친 키스」를 공연한다. '테크놀로지 춤'을 표방하는 스위스 벤투라 무용단이 선보일 「존(Zone)」은 컴퓨터를 활용한 안무의 선구자 머스 커닝햄을 계승한 작품이다. 커닝햄이 고안한 무보법(舞普法)인 '라이프 폼(Life Form)'에 근거해 안무한 작품으로, 600㎏짜리 산업용 로봇과 영상, 컴퓨터 그래픽 등 첨단 테크놀로지와 기계공학이 어떻게 춤과 만날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무용단을 거쳐 현재 독일에서 활동중인 이용인도 이 작품에 출연하는 한편자신의 안무작 「거울 속의 거울」도 이번 축제에서 별도로 공연한다. 일본의 콘도스 무용단은 '무정부적 춤'(Anarchic Dance)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비전문 무용수들로 구성된 이 무용단은 '미친 사내들(Crazy Guys)'이라는 별명과 함께 일반 무용공연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무용도 '오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내한작인 「주피터」에 대해 "그야말로 유쾌하기 그지없는공연이었다...콘도스에는 감당할 수도 없고 어떻게 보면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는대중없는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춤에 대한 그들만의 코믹한 타이밍과지식은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논평했다. 「패시네이팅 탱고」는 정통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과 춤을 뼈대로 만든 뮤지컬쇼다. 일곱 쌍의 최정상급 탱고 무용수들이 찰리 채플린, 로미오와 줄리엣, 드라큘라 등 영화.문학 속 인물로 출연해 정통 탱고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전통적인 탱고공연순서에 다소간의 변화를 가해 극적 구성력을 보완한 것이 특징. 동랑 댄스&뮤지컬 앙상블의 「신 에밀레」는 무용가 박일규가 새 공연양식 창출에 대한 의욕으로 준비한 작품이다. 춤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연극.음악.영상 등을덧입혔다. 호주의 한인 작가 도노 김(김동호)이 쓴 대본에 김대성이 곡을 쓰고 연극배우 이영란 등이 출연한다. 한국을 포함, 일본 대만 홍콩 호주 등 5개국이 참여하는 리틀 아시아 네트워크의 공연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 무용가들이 모여 아세안 국가들의 공통된 신화인 '라마야나'를 토대로 한 「라마 이야기」는 서구 편향적 예술풍토에 대한 주체적 반성을 거쳐 '아시아인 스스로에 의한 아시아의 재발견'을 목표로 기획된공연이다. 아울러 일본의 대표적 공연예술인 가부키(歌舞技)와 한국 궁중정재 중 유일하게가무극의 형태를 띤 향장무를 한 무대에 올려 한일 양국의 종합공연예술을 비교해볼 수 있는 공연도 마련된다. 개막 축하 갈라공연은 현대무용가 홍신자를 비롯해 소리꾼 장사익, 전통춤꾼 문장원.김운태, 인간문화재 정양만, 남해안별신굿 보존회, 극단 여행자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출연, 춤과 소리, 움직임의 어울림을 보여줄 무대다. 우리춤의 정체성을 모색하기 위한 '우리춤 빛깔찾기'에는 김원.김은희.황선자와함께 한국춤에 매료돼 살풀이를 현대무용으로 풀어내는 프랑스의 셀린 바케가 출연한다. 또 황희연의 한국춤 솔로무대, 이탈리아와 루마니아 출신 듀엣 엑스프레스 댄스닷컴(X-PRESS Dance.com), 재미 무용가 페기 최, 박호빈, 김선이, 신은주, 이현수,류석훈 등의 공연도 마련돼 있다. 탱고 음악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10주기를 기리는 무용공연 '춤추는 반도네온'도 안성수.백영태.이은희의 안무로 준비된다.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행사로, 상세한 축제일정은 www.sidance.org를 참고하면 된다. 패키지 티켓과 조기 예매자에 대한 할인등 다양한 할인혜택도 마련돼 있다. ☎ 763-0865~6.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