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주제로 작업해온 서양화가 곽수씨가 27년만에 미국에서 영구귀국한 뒤 두번째로 전시회를 갖는다. 곽씨는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빛'연작 50여점을 내놓는다. 이중 32점이 귀국 2년 동안 그린 신작으로, 최근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를 보여준다. 작가는 석고붕대와 종이, 하드보드를 재료로 작업해왔다. 이 재료 위에 물감을얹어 화면의 조직 사이로 색채가 배어들게 함으로써 신비한 정감을 표현한다. 이번 신작들은 이같은 과거의 작업에 변화를 꾀했다. 종이처럼 얇고 유연하면서도 플라스틱처럼 질긴 신소재 타이벡(Tyvek)을 캔버스에 끌어들인 것이다. 물론 빛의 모색이라는 예술적 자세는 여전하다. 미술평론가 김복영씨는 "곽수에게 빛은 자연 가운데 존재하는 사실적 빛과 삶의어둠 속에서 갈 길을 지시하는 영적 지표로서의 빛이라는 두 모습을 갖는다"고 풀이한다. 성장과정은 그가 빛에 빠져든 배경을 이해하게 한다. 부친의 사업실패로 가세가기울어 혼자 미국으로 건너간 곽씨는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하는 동안 이방인으로서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예술의 싹은 바로 여기에서 틔워졌다. 고향산천은 어려울 때마다 그에게 위안과 예술적 원동력이 돼주었다. 그리고 자연의 빛은 마음의 빛으로 승화했다. 고난에서도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희망과평화가 있다고 믿는 그는 신심 깊은 천주교 신자이다. 겹겹이 쌓은 화면은 안과 밖, 빛과 어둠, 하늘과 땅의 이미지를 만들며 공존과순환의 질서를 보여준다. 구원과 생명의 빛으로 충만한 영적 세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타이벡은 이런 의미의 중층효과를 더한다고 작가는 들려준다. ☎ 738-757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