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힘을 쓰지못하고 비실거리고 있다. 27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30포인트 오른 737.09로 출발한뒤 740선 돌파를 시도했으나 외국인의 매도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오후 2시5분 현재 8.74포인트 내린 726.9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0여일 강세를 보였던 시장이 22일이후 750선을 넘지못하고 사흘째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경기회복 여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춤하면서 매수주체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선물 매매가 '현물'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10% 가량 급등하면서 저가메리트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각종 기술지표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매수주체 부재 주가지수는 지난 6일 673.78(종가기준)로 연중 최저점을 찍은 이후 반등하면서750선 돌파를 시도했으나 두터운 매물벽에 막혔다. 이는 지수가 펀더멘털 측면이 아닌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라는 단순한 수급에 의해 기술적 반등을 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매수로 지수가 올라가면 그만큼의 매수차익잔고가 쌓이게 되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매물로 흘러나와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특히 이달들어 시장의 버팀목이 됐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여력도 소진돼 수급 여건이 악화됐다. 이와함께 16일부터 23일까지 3천905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도 26일 1천439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인데 이어 이날도 6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면서 '바이 코리아'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아직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도 '실탄'이 들어오지 않아 작년 9.11테러이후 줄곧 프로그램 매매라는 소극적 매매로 일관하면서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매에 휘둘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월초부터 23일까지 지수가 4.6% 오르기는 했지만 투신권의 주식형 및 혼합주식형 펀드잔고는 24조200억원에서 23조9천770억원으로 감소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렇다 보니 선물 시장베이시스에 따라 현물이 크게 흔들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 횡보장세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특별한 상승모멘텀이 없는데다 미국경기 회복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트리플위칭데이(선물.옵션.개별옵션 동시만기일)인 다음달 12일까지는 700과 760을 오가는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뉴욕 증시가 최근 저점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에 다소 안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미 경제가 본격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조짐이 나타나지않고 있는 것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반도체가격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유가가 3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진 점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상무는 "트리플위칭데이가 아직 멀었는데도 프로그램 매매가 현물을 흔드는 좋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3분기중 미국과 우리나라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올 경우 증시는 더욱 힘겨울 수 밖에 없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미 증시가 상승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경제지표가 시장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업회계부정 등 각종 악재가 대부분 반영돼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점이 다소 위안거리"라면서 "따라서 증시는 이달초처럼 700선을 하향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달초 반등이 펀더멘털이 아닌 수급논리에 따른 것인데다 유가급등과 물가불안 등 돌출악재가 산재해 있어 700선 지지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됐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반도체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3분기중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올 가능성이 있어 700선이 깨질 수 있다"면서 "특히 미국 증시도 어느정도 과열국면에 들어온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돌출악재로 인해 다시 급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