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린 돈의 움직임에 변화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심화되던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한동안 방향을 찾지 못하던 시장자금 흐름이 가닥을 잡아가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지난주 은행권의 단기저축성예금에 유입되는 자금규모는 전주에 비해 하루 평균 20% 정도 감소했다. 투신권의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더 심하다. 지난주에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 나가는 날도 많았다.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대신 주식시장으로 시장자금이 환류되고 있다.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고객예탁금의 경우 지난주 들어서는 하루 평균 1천억원 이상이 유입됐다. 최근 들어 뉴욕 월가내에서 주가바닥론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향후 국내증시가 비교적 밝게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조짐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강북과 신도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시중자금을 환수하는 것이나 최근처럼 대외환경이 불안한 시점에서는 유동성 그 자체가 완충역할을 하기 때문에 쉽게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당분간 문제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세금추징, 자금출처 조사와 같은 미시정책 수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기업들의 자금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익을 크게 내면서도 투자를 기피해 현금이 남아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당장 쓸 돈이 부족해 돈을 빌려다 운영자금을 돌리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금융기관들의 이기주의와 보신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엔.달러 환율의 상승에 따라 지난주말 1천2백원대를 다시 회복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2백원선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금융시장 불안 등을 감안하면 엔.달러 환율이 하락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부분예금보장제 후퇴로 고이즈미의 개혁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남에 따라 일본경제에 대한 국제위상이 크게 떨어질 경우 엔화 환율이 1백20엔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엔화와 원화간의 동조화 계수가 0.9를 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자체만으로도 원화 환율의 1천2백원선을 굳어지게 할 수 있는 요인이다. 대내적으로는 월말 수출네고장세로 변한다 하더라도 갈수록 수출이 부진하다. 반면 유학 등 해외송금용 달러화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